단백질 '분해' 신약 첫 승인…내성 유방암 치료 새 전기

1 week ago 11

암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프로탁(PROTAC)’ 기술 기반 항암제가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단백질 '분해' 신약 첫 승인…내성 유방암 치료 새 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아비나스와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경구용 항암제 ‘베파누’(성분명 베프데게스트란트)를 승인했다. 이 약은 최소 한 차례 이상 내분비요법 후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양성·인간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HER2) 음성 및 ESR1 변이 양성인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이 적용 대상이다. ESR1 변이는 내분비요법 이후 나타나는 내성 관련 변이다.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약 40~50%에서 확인된다.

이번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프로탁 기술은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 표적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한다. 기존 저해제가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데 그쳤다면, 프로탁은 해당 단백질 자체를 제거해 내성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 FDA는 베파누의 ‘무진행 생존기간(mPFS)’ 연장 효과를 인정했다. ESR1 변이 환자군에서 베파누의 mPFS 중앙값은 5.0개월로 근육주사 방식인 기존 치료제 ‘풀베스트란트’의 2.1개월보다 두 배 이상 길었다.

첫 신약 승인으로 후속 프로탁 신약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차기 승인 유력 후보는 누릭스테라퓨틱스의 혈액암 치료제 ‘NX-5948’이 꼽힌다. NX-5948은 면역세포(B세포) 신호 전달 단백질인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BTK)를 선택적으로 분해한다. 임상 1a상(안전성 검증) 지표에서 기존 BTK 저해제 신약 피르토브루티닙과 비교해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누릭스는 FDA 가속 승인을 목표로 임상 2상(유효성 및 적정용량 확인)을 진행 중이다.

프로탁 기술의 적용 영역은 이번 승인을 계기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키메라테라퓨틱스는 알레르기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인 ‘STAT6’를 분해하는 ‘KT-621’을 개발 중이다. 하루 1회 경구 복용 약물이라는 점에서 주사제 중심의 면역질환 치료 환경을 보완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KT-621은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을 대상으로 각각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FDA로부터 신속 심사 대상(패스트트랙)으로 지정받았다.

국내 바이오 기업도 프로탁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B세포 림프종 치료제 ‘UBX-303-1’의 미국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탁 기반 후보물질의 국내 첫 글로벌 임상 진입이다. 업테라는 소세포폐암 치료제 ‘UP1002’의 미국 1/2a상, 핀테라퓨틱스는 고형암 치료제 ‘PIN-5018’로 국내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프로탁을 항체와 결합한 새로운 항체접합분해제(DAC)를 개발 중이다. 서보광 유빅스테라퓨틱스 대표는 “FDA의 이번 베파누 승인은 프로탁 신약의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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