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상식을 넘어 과학적으로도 계속 입증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0만 명 이상이 흡연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연구에서도 직접흡연으로 사망한 우리 국민은 2022년 기준 7만2589명이고,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13조6316억 원으로 밝혀졌다.
청소년기 호기심에 한 모금으로 시작한 담배는 강한 중독성으로 인해 쉽게 끊기 어려운 데다 중증질환을 유발한다. 게다가 흡연자의 머리카락, 옷 등에 묻은 유해물질은 사랑하는 가족들의 건강도 위협한다. 호흡기나 피부가 약한 어린이들은 부모의 흡연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많은 연구에서 담배 연기의 유해 물질은 폐암, 식도암 같은 각종 암뿐만 아니라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08년 필자가 보건복지부에서 암정책과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국립암센터 및 대한암학회 등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암예방 생활수칙의 첫 번째도 ‘담배를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기’였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담배와 담배연기에는 70개 이상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국내 빅데이터 연구에서도 2022년 한 해 동안 폐암에 걸린 사람 중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의 사망 위험이 남성은 4.7배, 여성은 3.4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흡연이 암 사망과 질병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하고 있다. 필자의 부친도 군대에서 나눠 준 담배를 처음 피웠다가 나중에 담배를 끊었지만 결국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고 이주일 씨가 병상에서 금연 홍보하는 것을 보시고 금연을 하셨는데, 더 빨리 끊지 못한 것을 후회하시고 평생 자녀들이 간접 흡연에 노출된 것을 미안해하셨다. 늦게라도 금연을 하셔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가향 담배 등 신종 담배들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청소년건강패널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자의 약 70%가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신종 담배도 대부분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어 니코틴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며, 첨가된 새 성분의 영향에 대해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위해성을 밝히기 위해 WHO 국제공인시험기관(ISO 17025)인 ‘국가 흡연폐해 실험실’을 운영하고, 흡연이 암세포 발달기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앞으로도 조사·연구사업을 통해 신종 담배를 포함한 모든 흡연 폐해의 과학적 진실을 밝히고 알려서 건강 지킴이로서 국민과 동행해 나갈 것이다. 흡연자들도 나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금연할 것을 당부한다.오진희 질병관리청 건강위해대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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