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년 영국 정부는 ‘붉은 깃발법’을 제정한다. 마차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속도를 시속 3km로 제한한 이 법은 영국의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미국과 독일에 넘겨주는 계기가 된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시장 수요를 외면한 채 기득권 논리에 매몰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의약계와 논의 중인 의료법 하위법령 개정안, 특히 비대면진료 시 초진 환자의 약 처방 기간을 최대 7일로 제한하는 방안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다. 2020년 비대면진료가 도입된 이래 지난 6년간 장기 처방에 따른 부작용 사례가 없었고 ‘왜 하필 7일인가’에 대한 임상적 근거도 부족하지만, 정부는 일단 빗장부터 걸어 잠그는 모양새다. 앞서 의료계가 요구한 3일 처방 제한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궁여지책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번 개정안을 검토하기 전에 현장 실태를 파악은 해봤는지 복지부에 묻고 싶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이용자의 98%가 초진이다. 6개월 내 대면 이력이 없으면 무조건 초진으로 분류하는 현행 규정 탓이다. 사실상 모두가 초진이고 전체 이용자가 규제대상이라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중 60% 이상이 동일 의약품을 반복 처방받는 만성질환자란 점이다. 생업이나 거동 불편 등으로 내원이 힘든 분들도 많다. 이들에게 비대면진료는 치료를 이어가는 수단이었으나 이번 지침으로 연속성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실제 고혈압 환자의 73%는 한 번에 30~90일치 약을 받아간다. 처방 기한이 7일로 묶이면 3개월에 한번이면 될 진료를 매주 받아야 한다. 환자 부담을 키우는 건 물론 불필요한 진료로 의료자원 낭비를 초래한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배치된다.
공급 기반의 위축도 불가피하다. 원산협 조사 결과, 의사의 30% 이상이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비대면진료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현재 플랫폼 등록 의사가 6명에 불과한 강원도 등은 서비스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
정부는 규제 혁파를 국정 기조로 내세웠다. 환자의 발에 새로운 족쇄를 채울 게 아니라 약 배송 금지 등의 오래된 대못을 뽑아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 ‘시속 3km’ 같은 초진 7일 제한은 의료 접근성을 후퇴시키는 현대판 붉은 깃발일 뿐이다.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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