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방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단속으로 한국인 300여명이 구금된 사태와 관련해 "비자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의해달라"고 9일(현지시간) 요청했다.
기업들 "E-4 비자 신설, 단기 상용 비자 필요"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국내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LG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삼성전자 한화큐셀 한화디펜스 SK 대한항공 등 8개 기업과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경제단체가 참석했다.
앞서 조 장관은 지난 8일 구금 사태와 관련해 근로자들의 자진 출국을 위해 미국 측과 막바지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조 장관은 이날 "정부가 조지아주에서 구금된 우리 국민들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귀국시키겠다"며 "향후 이들이 미국에 재입국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최우선으로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대표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비자 문제와 관련해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E-4 비자) 쿼터 신설, 대미 투자 기업 고용인 비자(E-2 비자) 승인율 제고 등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과 2004년 FTA 협정을 타결한 뒤 이듬해 바로 미 의회 입법으로 1만500명의 전문직 취업(E-3) 비자를 얻어낸 호주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대표들은 "단기적으로 우리 기업 직원들이 미 출장 시 주로 발급받는 단기 상용 비자(B-1 비자)에 대한 미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재확인하여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협의해달라"고 했다. 석방 이후에도 다른 사업장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단기 체류를 위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기업 대표들은 또 "미 국무부뿐만 아니라 국토안보부 등 관계부처가 향후 수립될 가이드라인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대미 투자활동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조현 "기업 활동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이에 조 장관은 "기업인들이 제기한 내용은 이미 미측에 전달했다"고 답했다. 그는 "그간 우리 정부는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E-4) 쿼터를 신설하는 '한국동반자법' 입법을 위한 미 정부 및 의회 대상 아웃리치와 우리 기업 비자 문제 개선 대미 협조, 미국 비자 신청 유의 사항·설명회 개최 등을 적극 실시해 왔다"며 "향후 우리 대미 투자 기업들의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 주애틀란타총영사관과 조지아주 폭스턴 구금센터 인근에 설치된 현지 외교부 현장대책반과 화상회의를 가졌다. 조 장관은 "구금된 우리 국민들을 신속하게 귀국시키기 위한 준비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이들이 안전하게 귀국할 때까지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미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국토안보부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고위급 소통과 협의를 점검하며 필요한 조치를 지시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다양한 쟁점들의 신속한 해결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