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소 제기 이후 11년 만
미쓰비시 등과 1심 재판 재개
대법 전합 ‘청구권 유효’ 적용
대법원 판례에 반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제한된다고 판단해 논란이 인 2021년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취소됐다. 사건은 5년 만에 1심 법원으로 돌아가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당시 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과 훗카이도탄광기선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 각하 판결을 취소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고인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85명은 2015년 5월 미쓰비시중공업·훗카이도탄광기선·일본제철·닛산화학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미지급 임금과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2012년 대법원이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는 등 피해 구제의 길이 열린 데 따른 것이었다. 이후 긴 과정을 거쳐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다. 소송이 제기된 지 6년 만인 2021년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당시 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는 원고들이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절차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제한된다는 논리였다. 대법원에서도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이 이 같은 취지의 소수의견을 냈지만, 다수의견은 ‘배상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쪽이었다.
대법 거스른 1심 판결, 2·3심서 파기
1심 재판부의 이 판결은 진통 끝에 대법원이 내놓은 결론과 배치돼 논란을 빚었다. 결국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33부(당시 부장판사 구회근)는 2024년 2월 “1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사건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2심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법리에 따라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권 협정이 손해배상 청구권 행사를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조약을 체결해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함에 그치지 않고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직접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된다”며 “조약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조약 체결로 국민의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볼 수 없는데, 청구권협정에 개인청구권 소멸에 관한 양국 정부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훗카이도탄광기선 2개 기업은 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국제재판관할, 조약이나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 및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강제동원 손해배상 본안은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1년 만에 다시 1심으로 돌아가 재판을 시작하게 됐다.
“‘회사 갱생으로 채권 소멸’, 韓서 효력 없어”
상고심에서 훗카이도탄광기선은 “(자신들이) 1996년 6월 일본의 구 회사갱생법상 갱생계획인가 결정을 받아 면책됐고, 면책된 채권에 기해 제기된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법원은 “당시 속지주의(행위자의 국적과 무관하게 자국 영토를 기준으로 법을 적용하는 원칙)를 취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구 회사정리법 하에서는 해당 갱생계획 인가 결정에 따른 면택의 효력이 원고들의 소 제기에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갱생계획인가 결정에 따른 면책 효력을 국내에 미치게 됐다고 주장하는 것을 허용하면, 피고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실질적 판단도 없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의무를 면제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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