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를 폭행해 직장 내 신고를 당한 근로자가 ‘해당 직원이 허위사실로 무고했다’며 경찰서에 진정을 넣었다. 폭행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이 근로자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은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징계 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허위 사실을 신고했더라도 그 징계가 공적 제재가 아닌 사법(私法)상 법률 행위에 불과하다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폭행·무고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무고 부분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11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동료 B씨를 폭행하고 이후 ‘B씨가 나에게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경찰인재개발원 내부망에 허위사실을 신고해 무고했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1·2심 법원은 A씨의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으나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A씨의 진정 내용에 따르더라도 B씨에 대한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고, 이에 따라 A씨의 진정으로 B씨가 형사 처분을 받지 않았으므로 A씨 역시 무고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사법적 법률행위의 성격을 가진 징계처분의 원인에 불과하다면, 그 사실 자체는 무고죄 성립에 있어서 ‘징계’로 구성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 처분 또는 징계 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행위가 무고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신고된 사실’ 자체가 형사 처분 또는 징계 처분의 원인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여기서 ‘징계 처분’이란 공법상 감독관계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과하는 신분적 제재를 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