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휴업일 강제하면, 전통시장으로 갈 것이라는 ‘오판’ [매경데스크]

5 days ag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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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었으며, 오세희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이다.

이 개정안은 공휴일에 마트를 두 번 닫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오 의원 측은 비판 여론에 따라 정책 추진을 재고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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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공휴일 휴업 재추진 논란
‘마트규제=전통시장 활성화’
단순한 논리는 이제 안 통해
10여년새 소비 환경 큰 변화
마트 문닫으면 온라인 쇼핑
정교하고 유연한 접근 필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해 9월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최근 재추진되면서다.

공휴일 의무휴업은 2012년 1월 도입됐다가 작년 1월 폐지됐고, 현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율적으로 의무휴업일을 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공휴일 의무휴업 원칙을 되살려 한 달에 두 번꼴로 공휴일에 문을 닫도록 강제하는 게 골자다. 지금은 국회 산자위 소위 심사 중이다. 오 의원은 얼마 전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대형마트들이 (평일이 아닌)법정 공휴일에만 휴업할 수 있도록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규 휴무로 문을 닫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정규 휴무로 문을 닫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들이야 없을 것이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란 게 문제다.

대형마트를 규제해도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그간의 여러 조사 결과들이 보여준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2022년 데이터 기준)를 보면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에 전통시장의 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630만원이었는데, 의무 휴업일(일요일) 구매액은 610만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2015년과 202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식료품 평균 구매액을 살펴보니 전통시장에선 55% 감소한 반면 온라인쇼핑에선 20배 넘게 늘었다. 쿠팡이 국민쇼핑앱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힌 최근엔 이 같은 흐름이 더 뚜렷해졌을 것이라 추정해본다.

13년 전 의무휴업 도입 당시와 지금의 소비·유통 생태계는 완전히 다르다. 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하는 게 아니라 (쿠팡으로 대표되는)온라인 대 오프라인이 대결하는 구도로 바뀌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쇼핑을 한다. 마트를 규제하면 재래시장 대신 전자상거래 업체 매출을 늘려주는 셈이다. 규제로 전통시장을 보호하겠다면 이젠 마트가 아니라 쿠팡의 주말배송을 막아야 할 판이다.

공휴일 의무휴업제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온라인 전환의 변화에 적응 못한 대형마트가 도태되는 것이야 그들이 짊어질 몫이겠지만 굳이 거기에 불필요한 규제까지 더할 필요는 없다.

소비자 편의도 무시해선 안 될 일이다. 마트는 쇼핑뿐 아니라 주말 여가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한데, 강제휴업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도 있다.

대형마트를 규제해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단순한 논리는 여러 선진국에선 이미 폐기됐다. 쉬는 데는 그야말로 진심인 프랑스는 100년 넘게 엄격하게 금지해왔던 대형 유통업체 일요일·야간 영업을 몇 년 전부터 허용했다. 일본 역시 1970년대 도입한 대규모 점포법을 2000년 폐기했다. 경쟁과 성장을 가로막고 변화하는 유통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공휴일 의무휴업 재추진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고 당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최근 오 의원 측도 “당론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며 대통령실과의 정책추진 조율도 없었다”며 일단 한발 물러섰다고 한다. 이제부턴 좀 더 시간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머리를 맞댈 때다. 취지를 살리면서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려면 좀 더 정교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규제의 역설은 단순한 논리에서 시작한 설익은 아이디어를 충분한 숙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밀어붙인 탓에 발생하게 마련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윤석열 정부 때 많이도 봐왔다.

이호승 콘텐츠기획부장

이호승 콘텐츠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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