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난 사람]“韓美, 한반도 밖에서 작전 수행할 수 있어야… 中 대응 태세 중요”

4 weeks ago 10

美 태평양육군사령관 지낸 찰스 플린
“한미, 中 대만 침공 등 비상사태 대비해야… 분쟁발생시 韓에도 영향 불가피”
“주한미군 규모 적절하지만… 정보, 미사일방어 등 병력 구성 개편 필요”
“美 중거리 미사일 한반도 배치 가능… 트럼프 방위비 전액 부담 요구할 수도”

방한한 찰스 플린 전 미국 태평양육군사령관이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방한한 찰스 플린 전 미국 태평양육군사령관이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주한미군 2만8500명 규모는 적절하다고 본다. 중요한 건 병력의 구성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 육군을 지휘했던 찰스 플린 전 미국 태평양육군사령관은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부대 유형이 현재와 미래 위협에 적합한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 병참, 미사일 방어, 지휘통제, 사이버, 전자전, 특수작전 등 7가지 분야를 언급하면서 “이 같은 새로운 형태의 병력 구성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 견제와 미 본토 방어를 우선시하는 미군의 전략 재편을 시사한 가운데 인도태평양 지역 미 육군을 3년 넘게 총괄해 온 플린 전 사령관도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플린 전 사령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의 동생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분야 요직에 발탁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물이다.》

플린 전 사령관은 최근 중국의 대만 포위훈련 등을 두고 “매우 위험한 궤적을 밟고 있다”며 “한미연합군은 중국이 대만에 대해 군사 행동을 취하는 비상사태에 어떻게 대비할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군과 미군이 한반도 바깥으로 전력을 전개(project)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면서 주한미군의 군수물자를 일본, 필리핀에서의 훈련에서 사용했던 사례 등도 거론했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으로 북핵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한반도에 배치해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필리핀에 배치된 중거리 미사일 포대인 ‘타이푼’이 있는데 한국이나 일본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전진 배치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1기인 2019년 옛 소련과 맺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했고 지난해 냉전 이후로는 처음으로 필리핀 루손섬에 타이푼 포대를 배치했다. 한반도에 중국과 러시아를 사거리로 한 중거리 미사일 포대가 배치되면 ‘사드(THAAD)’ 사태 못지않은 반발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2014년 2성 장군으로 미 태평양육군사령부에서 근무했던 당시와 비교했을 때 중국군의 활동은 10년에 걸쳐 비교 자체가 안 될 만큼 공격적인 수준으로 변화했다. 중국은 매우 위험한 궤적을 밟고 있는데, 우리는 이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다만 중국의 대만 침공이 당장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대만해협을 건너는 침공 작전은 매우 복잡하고 위험 부담이 큰 어려운 작전이다. 하지만 중국은 꾸준히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중국 견제에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한미연합군은 한반도에서 지속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수행해야 한다. 한미가 높은 수준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중국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 태세를 갖추는 차원이다. 다음으로 한국군과 미군이 한반도 바깥으로 전력을 전개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 한미연합군과 동맹은 한반도에서 강한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한국군이 지역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역내 동맹국과 파트너들을 안심시키는 신호가 될 수 있고, 중국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다.”

―한국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

“한국군은 한반도를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포병 부대가 호주에서 진행된 ‘탤리스먼 세이버’ 훈련에 참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한미군이 한국에 비축해둔 군수 물자를 한미 정부 승인 아래 필리핀, 인도네시아, 일본, 호주 등에서의 훈련에 사용한 사례도 있다. 한국군이 알래스카와 하와이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미국 내에서 미군과 함께 훈련하는 것도 한국군의 지역 내 존재감을 높이는 중요 요소다.” ―한국군이 대만 위기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인가.

“한국군이 대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나 분쟁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말하진 않겠다. 다만 중국과 대만 사이에 위기나 분쟁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중국해, 남중국해, 황해에서 발생하는 사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제1도련선(the first island chain)’ 북측 측면에 위치해 있다. 일본과 필리핀도 대만의 양측 날개에 위치한 만큼 영향권 안에 있다. 그런 만큼 한반도에 주둔한 한미연합군은 중국이 대만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경우, 무력 충돌이건 중대한 위기이건 간에 어떤 비상사태(contingencies)에 대비해야 할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미중이 충돌하면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이 동원될 것으로 보나.

“한미 간의 사전 협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미일 간 협의도 마찬가지이고,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3자 협의도 필요하다. 그렇기에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관계를 성숙시키고 발전시키며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미일 고위 지도자들이 만나 이 삼각 협력을 어떻게 심화할지 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정치적 협의는 군 지도자들에게 연합훈련이나 교육, 안보협력 개혁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할 수 있는 ‘면허증’을 부여해 주는 만큼 군사 협력 등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한미군의 규모나 구성 변화 가능성은….

“개인적으로 현재 2만8500명의 병력은 한반도를 둘러싼 위협 환경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종류다. 미군과 한국군이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현재 배치된 부대 유형이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적합한지 재검토하는 것이다. 위협의 성격과 작전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에 동맹도 발 맞춰 나가야 한다. 정보, 병참, 미사일 방어, 지휘통제, 사이버, 전자전, 특수작전 같은 새로운 형태의 병력 구성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에 주둔 중인 병력 유형은 1980년대, 1990년대, 심지어 2000년대 초반과도 다를 수밖에 없고 2025년, 2030년, 2035년에 필요한 부대는 지금과는 다른 형태일 수 있다.”

―미국에선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조기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한국군이 충족해야 할 일련의 조건들이 있다. 이 조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평가되고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 지휘부가 최종 권고를 하겠지만 전작권 전환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결정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선 확장억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미국 내에서는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미국의 핵 삼축 체계(nuclear triad)를 현대화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예산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핵 삼축 체계만이 억제력의 전부가 아니다. 또 하나는 핵·생화학·방사능 등 오염된 전장에서 생활하고 작전하고 싸우는 능력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더러운 전장’에 자주 노출되지 않았기에 훈련 수준과 대비 태세가 많이 떨어졌다. 적이 우리 군대가 오염된 환경에서도 작전 가능하다는 걸 안다면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무기의 효과가 줄어들 것이다.”

―미국에서도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다시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결정해야 할 매우 중요한 정책적 문제다. 이 외에도 미국은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이미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한 사례가 있다. 필리핀에 배치된 중거리 미사일인 ‘타이푼’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 일본 정부나 다른 국가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전진 배치를 충분히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중거리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가 억제력 강화에 도움이 될까.

“다영역작전부대는 장거리 정밀 타격, 신형 장거리 타격 능력뿐만 아니라 전자전, 사이버, 우주 작전 수행 능력을 통합할 수 있다. 또 그 정보를 융합해 연합국들과 함께 공동 타격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공동 타격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억제력의 핵심이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이런 종류의 다영역 작전부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방안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인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구할까.

“지난해 체결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대해 차기 미국 행정부가 재협상을 하자고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가 분담금의 100%를 부담하라는 요청을 받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파병 대가로 러시아가 중요 군사기술을 이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로부터 북한의 기술 이전은 핵 기술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두고 협상할 경우 미국은 러시아에 ‘북한에 대한 기술 이전을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런 논의가 이뤄져야만 한국과 일본, 미국과 전 세계 모두의 안전을 담보할 것이다.”

찰스 플린 전 미국 태평양육군사령관
△196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미들타운 출생
△1985년 로드아일랜드대 경영학 학사, ROTC 통해 임관
△2002∼2004년 504 공수보병연대 2대대장(아프간·이라크 파병)
△2007∼2008년 82공수사단 제1여단전투단 여단장(이라크 파병)
△2009∼2010년 합참본부장 보좌관, 국제안보지원군(ISAF) 사령관 비서실장(아프간 파병)
△2014∼2016년 제25보병사단장(하와이)
△2016∼2018년 미 태평양육군 부사령관
△2019∼2021년 미 육군본부 작전·계획·훈련 부참모장
△2021∼2024년 미 태평양육군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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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황형준 정치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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