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 ‘노정협의체’ 출범… 노란봉투법 이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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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 “정부가 사장” 교섭 요구
정부 “사용자성 인정 아냐” 선그어

정부가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돌봄 노동자 노동조합과 ‘노·정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달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정부가 진짜 사장”이라며 교섭을 요구하는 공공 부문 하청 노조의 압박이 거세지자 정부가 대화 기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25일 보건복지부, 교육부,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부처가 노동계와 ‘돌봄 분야 노·정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고 첫 실무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 정부와 노동계가 만든 첫 공식 협의체다.

노동계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및 산하의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5개 산별노조가 참여했다. 이들은 앞서 돌봄 노동자들로 구성된 ‘돌봄공동교섭단’을 꾸리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57곳에 적정 임금 보장,직접 고용 확대 등을 담은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

협의체는 돌봄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정책적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아이돌봄사 등 국내 돌봄 노동자는 최대 2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해서 정부가 법적으로 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라는 걸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진짜 사장’ 논란 속에… 정부, 교섭 요구 돌봄노조와 협의 나서

노란봉투법 첫 노정협의체 가동
정부 ‘사용자’ 확정전에 사전협의
노동장관 “다른 분야도 협의체 확산”… 콜센터 노동자 등 교섭요구 잇달아
315개 공공 하청노조 교섭 요청

정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보름 만에 돌봄 노동자들과 노정 협의체를 가동하는 것은 ‘정부의 사용자성’이 확정되기 전에 노동계와 사전 협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인과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돌봄 노동자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콜센터 노동자들도 기획예산처와 국세청 등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하는 등 정부를 ‘진짜 사용자’로 지목하는 하청 노조의 교섭 압박은 잇따르고 있다. ‘모범 사용자’를 자처한 정부가 공공 부문의 ‘진짜 사장’을 둘러싼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정 협의체, 다른 지자체-업종에도 확산할 것”

25일 실무 협의를 시작한 ‘돌봄 분야 노정 협의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돌봄공동교섭단이 요구한 임금 체계, 복리후생, 노동 환경 개선 등을 두루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공동교섭단은 보건복지부·성평등부·교육부를 비롯해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57곳에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

이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돌봄 분야를 선도 모델로 공공 부문의 다른 분야에서 지자체와 업종별 협회 등도 포괄할 수 있는 노정 협의체 틀을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노정 협의체 결과가 다른 공공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콜센터 근로자들이 소속된 민노총 소속 3개 지부는 국세청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상대로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 노동부 고객상담센터는 다음 달 기획예산처에 교섭 요구안을 발송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교통공사 등 공항·철도 공기업을 상대로 한 자회사 노조의 교섭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이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3일 기준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 313곳 가운데 공공 부문은 132곳(42.2%)에 달한다. 이들을 상대로 315개 하청 노조(조합원 5만6891명)가 교섭을 요구했다. 이들 공공기관 중 교섭에 응하는 절차인 교섭 사실을 공고한 곳은 4곳뿐이다.

● ‘정부가 사용자인가’ 의견 엇갈려

정부와 노조가 협의체 테이블에 앉긴 했지만 정부의 ‘사용자성’을 두고 정부와 노조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공공 부문 하청 노조들은 “정부가 예산 배분, 현장 지침 등을 통해 돌봄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실질적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법적으로 교섭 의무를 갖는 사용자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번 협의체에서 단체교섭을 어떻게 할지도 다루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는 이번 협의체가 정부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용자성 인정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돌봄 노동자는 소속 기관과 사업별로도 특성이 달라 정부의 사용자성을 일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에서도 “법령·조례나 국회 예산 심의·의결로 정한 기준을 정부가 집행하는 경우 개별 노사 간 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법령 등 규정 없이 정부나 공공기관이 재량권을 갖고 정책을 집행하는 경우 개별 사안별로 판단해야 한다”며 사용자성 인정에 대한 여지도 열어뒀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은 노란봉투법에 대비해 사용자성 인정을 피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했지만 공공 부문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미흡했다”며 “공공 부문에서 사용자성을 둘러싼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필요한 경우 노동부 내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에 사용자성 판단을 신청할 방침이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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