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안 한 가구의 절반 “노후 준비 부족”
퇴직연금 500조라지만 10년 수익률 2.4%
안전 추구 심리가 노후 불안케 하는 역설
TDF·국민연금 연계로 ‘복리 엔진’ 살려야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자산 운용 방식의 편향이 뚜렷하다. 같은 조사에서 금융자산 투자 시 선호하는 운용 방법으로 ‘예금’을 꼽은 비율은 87.3%로 압도적이었다. ‘주식’은 9.6%, ‘개인연금’은 1.7%에 그친다. 안전 추구 심리가 결과적으로 노후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역설이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퇴직연금 총적립금 규모는 496조 원이다. 확정급여(DB)형 229조 원, 확정기여(DC)형 137조 원, 개인형 퇴직연금(IRP) 130조 원으로 구성됐다. 올 들어 퇴직연금 적립금이 처음 500조 원을 돌파했다는 뉴스도 나오지만, 이 숫자 뒤에는 아직 ‘저수익의 늪’이라는 어두운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 수익률이 높다는 소식에 안도하지만, 이 또한 착시다. 국민연금의 운용 성과는 국가 재정 부담을 낮추는 데 주로 기여할 뿐, 가입자 개인의 수령액을 직접 끌어올리지는 않는다. 반면 퇴직연금은 내 계좌의 수익이 고스란히 내 노후소득이 된다. 성패는 수익률에 달려 있다.
금감원의 2015∼2024년 퇴직금 운용 현황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4%다. 적립금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DB형은 2.2%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은 6.56%다. 지난해는 18.8%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초임 월 급여 400만 원인 근로자가 연 3%의 임금 상승률을 적용받으며 매월 급여의 10%를 30년간 퇴직연금으로 적립하고, 25년간 수령한다고 가정해보자. 수익률 2.3%를 적용하면 은퇴 시 월 수령액은 약 150만 원에 그친다. 반면 수익률 7%를 적용하면 월 수령액은 약 380만 원으로 오른다. 4.7%포인트의 수익률 차이이지만 노후를 ‘최소 생계’와 ‘풍요로운 은퇴’로 갈라놓는 것이다.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는 높을 때 그 체감은 더욱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대가 65∼74세인 미 가구의 자산 가운데 금융자산은 56%를 차지한다. 아울러 지난 20년간 한국 퇴직연금에 견줄 수 있는 미국 ‘401k’의 연평균 수익률은 8.6%다.
미국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통해 은퇴 시점이 먼 가입자의 주식 비중을 90%까지 높이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전략을 사실상 표준으로 삼는다. 젊을수록 공격적으로 자산을 불리고,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안정적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적립금의 85.4%가 여전히 원리금 보장 상품에 머물러 있다. 원금 손실에 대한 공포가 노후 빈곤이라는 위험을 불러들이는 역설이 구조화돼 있다. 제도적 공백도 있다. 2024년 기준 전체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6.5%에 불과하다. 근로자 가입률도 53.3%에 머문다. 근로소득자 둘 중 하나는 최소한의 노후안전망 바깥에 놓여 있다. 퇴직연금이 복리의 엔진을 달고 노후의 실질적 보루가 될 수 있으려면 세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개별 가입자에게 운용 책임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국민연금공단에 운용을 위탁해 수익률을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맞추거나 동조하는 상품을 설계하는 것이다.둘째, 디폴트옵션의 실질적 재편이다. 개인이 상품 운용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원리금 보장 상품 일변도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금에 고인 자금의 일정 비중을 TDF나 코스피·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인덱스 추종 상품으로 강제 배분하고, 장기 복리의 혜택을 가입자가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셋째, 중도 인출 억제와 세제 유인의 강화다. 은퇴 전 인출 요건을 현행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장기 적립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대폭 확대해 자금이 계좌 안에 오래 머물도록 유인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진정한 힘은 시간과 복리의 결합에서 나온다.
이 글은 필자의 견해이며 KDI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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