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의 샤넬'도 찍었다…슈프림이 성수에 깃발 꽂는 이유 [장서우의 하입:h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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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에 위치한 슈프림 매장. 한경DB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에 위치한 슈프림 매장. 한경DB

미국 뉴욕 기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사진)이 서울 성수동에 국내 두 번째 매장을 낸다.

매장 손에 꼽는데…성수에 깃발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슈프림은 오는 8월 개점을 목표로 연무장길 인근에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2023년 8월 압구정 도산공원 인근에 1호점을 낸 이후 3년 만의 2호점이다.

한국 첫 진출 당시 슈프림은 매장 앞에 긴 줄을 세우며 화제가 됐다. 공식 수입사가 없어 가품이 유통되고 리셀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던 때였다.

1994년 맨해튼에서 탄생한 슈프림은 브랜드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두지 않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단 18곳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신제품을 일정 기간 소량씩만 발매하는 ‘드롭’ 마케팅도 같은 선상에서 고안됐다. 그만큼 브랜드력이 견고한 데다 팬층이 두터워 ‘뒷골목의 샤넬’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루이비통 서울 도산스토어 내부. 연합뉴스

루이비통 서울 도산스토어 내부. 연합뉴스

슈프림 1호점은 도산 상권이 ‘뉴 럭셔리’로 재편되기 시작한 계기로 평가된다. 엄격하게 ‘명품’이라 부를 수 있는 브랜드만 줄 세웠던 청담과 달리, 루이비통과 슈프림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럭셔리가 구축된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 중에서도 룰루레몬이 청담을, 알로는 도산을 택한 걸 볼 때 도산은 분명히 청담과는 차별화되는 프리미엄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청담은 한때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 ‘유배지’로 불리기도 했다.

브랜드에 최고의 무대, 성수

이런 맥락에서 슈프림이 2호점으로 성수를 택한 의미는 크다. 슈프림과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국내외 각종 인디 브랜드들과 나란히 있길 선택했다는 얘기여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키스(KITH), 비이커, 톰그레이하운드 등 프리미엄 편집숍들이 이미 들어서 있는 걸 보면 성수는 더 이상 젠지(Z세대)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수가 무신사로 대표되는 10·20 세대 선호 브랜드뿐 아니라 명품에 준하는 브랜드까지 글로벌 반응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이자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공간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백화점을 빠져나온 디올과 지상 1~3층 건물을 뼈대만 남겨 강렬한 파사드를 만든 탬버린즈에서 시작된 브랜드의 실험이 성공을 거듭하고 있는 곳인 셈이다.

올리브영N성수 매장 전경. 한경DB

올리브영N성수 매장 전경. 한경DB

성수 상권의 강화된 위상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 중심 거리인 연무장길의 토지 가격은 평당 5억 원을 넘어섰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올리브영·노스페이스·키스(KITH)·무신사·라인프렌즈·한정선·자연도·아디다스·보테가마지오·스탠드오일 등 상위 10개 브랜드의 성수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5%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부대표는 “지금까지도 월평균 60~90개 팝업이 생기며 매일 새로운 브랜드가 출현하고 있는 성수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며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세가 강한 데다 이들의 선호도가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메가 상권’으로서 성수의 존재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수의 유동 인구는 23만~28만 명 수준으로, 강남을 제외한 명동, 홍대, 도산, 한남 등 주요 상권 대비 많다. 외국인 방문객 증가율 역시 82%로, 강남(24%), 도산(13%), 명동(11%), 홍대(9%), 한남(2%)보다 높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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