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박민규 의원 방미 세미나 개최
국회, 하반기 기본법 처리 속도전 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서둘러야”
미국이 ‘지니어스법(GENIUS Act)’과 ‘클래러티법(CLARITY Act)’을 앞세워 디지털자산 패권 장악에 나선 가운데 한국 역시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엠알아이(MRI)와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공동 주최로 열린 방미 국회의원단 초청 하반기 입법 전망 세미나 현장에선 전문가들이 달러의 국내 결제망 침투를 방어하고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행사에는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을 비롯해 지난 6월 미국을 직접 방문한 민병덕·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뜻을 함께했다.
◆ 美 “디지털자산을 국가 전략 차원서 접근” vs 韓 “스테이블코인 초기 논의”
이날 축사에 나선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오랫동안 논의됐음에도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기본법 입법을 정무위가 다뤄야 할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세미나서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병덕 의원은 인사말에서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이미 3000억달러를 넘어섰고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가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미국이 디지털자산을 투자상품을 넘어 산업 정책과 국가 전략의 영역에서 다루는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어야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맞서 통화 주권을 지켜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민 의원은 “국내에서도 국민에게 친숙하게 쓰이면서 해외에서는 K-콘텐츠·K-커머스·K-관광과 함께 뻗어나갈 수 있는 원화 결제수단이 필요하다”며 “아이유와 BTS를 닮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규 의원은 “미국은 지니어스법·클래리티법을 중심으로 확고한 정책 기조를 다져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신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오세진 DAXA 의장(코빗 대표)은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거래소가 융합하는 흐름 속에서 제도 개선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달러 확장·규제 표준화, “미국 전략에 한국은 규제 종속”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의 미국 입법 동향 분석과 김종승 MRI 대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 이론, 방미 의원단이 공유한 백악관·상하원·미 증권거래위원회(SEC)·뉴욕증권거래소 등 12개 기관을 돌며 확인한 현장 기록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서희 변호사는 미국의 디지털자산 입법이 ▲달러 기반 디지털 금융질서의 글로벌 확장과 ▲자국 규제의 사실상 국제 표준화라는 이중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입법 환경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본질적으로 미국 중심 표준 체계에 대한 종속을 더욱 강화하는 형태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7월 미국에서 공포된 지급용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은 늦어도 2027년 1월에는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예금취급기관 자회사·OCC 인가 연방 적격 발행자·주 적격 발행자 세 유형으로 규정하고 준비자산 100% 이상 보유, 상환권 보장, 이자 지급 금지, 외국 발행자 인정 등의 조항을 담고 있다.
반면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은 지난해 7월 미 하원을 294 대 134로 통과했지만 올해 5월 14일 상원 은행위원회를 15 대 9로 통과한 뒤 6월 1일 본회의 계류 법안으로 등재된 채 표결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클래리티법은 미국 상원 논의 과정에서 윤리조항,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개발자 보호, 스테이블코인 보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으며, 필리버스터 저지에 필요한 60표 확보를 위해 민주당에서 7표 이상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한 변호사는 “8월 휴회 전이 사실상 마지막 처리 시한이며, 실패 시 11월 중간선거로 입법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변호사는 미국의 지니어스법과 클래리티법 법제화가 한국에 미칠 영향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침투 ▲은행 산업 수익구조 변동 ▲가상자산업의 유동성 유출·기관시장 개방 필요성 증가 ▲토큰화 증권 인프라 경쟁과 국내 상장주식의 역외 합성 토큰화 리스크 ▲디지털자산기본법 설계 자율성 축소 ▲아시아 거점 경쟁과 한미 협력 기회 등 6가지로 정리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상장주식이 해외 플랫폼에서 20배 이상의 레버리지 토큰화 자산을 만드는 기초자산으로 사용될 경우 한국 투자자 보호 법제가 전혀 미치지 못하는 ‘그림자 한국 주식시장’이 역외에 형성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한국이 규제 표준의 설계에 참여하는 ‘규제 수출국’이 될 것인지, 완성된 표준을 수용하는 ‘규제 수입국’에 머물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유럽식 ‘규제 우선’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정교한 규제를 만드는 전략을 택했지만 결과적으로 혁신산업과 자본을 미국에 내주었다는 유럽 내부 평가를 근거로 들었다.
◆ “은행 발행 스테이블코인도 디페깅 위험 여전”
김종승 MRI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의 핵심 쟁점인 ‘은행 과반 지분(50%+1주) 컨소시엄 우선 발행’ 문제를 정면으로 짚었다.
김 대표는 “은행 51% 지분 구조가 강한 1차 상환력·건전성 감독·유동성 인프라라는 실익을 주지만, 모회사 은행의 대차대조표는 은행권 스트레스와 상관돼 있어 정작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는 ‘함께 실패하는 백스톱’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준비자산이 완전하고 즉시 상환·파산절연까지 갖춘 스테이블코인도 위기 시 2차 시장에서 페그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2023년 3월 USDC 사례로 입증했다.
당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준비자산의 약 8%만 손실 우려에 있었음에도 USDC 가격은 장중 0.87달러까지 떨어졌으며 재무부·연준·FDIC의 시스템 리스크 예외 선언과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으로 은행 레일이 재개된 뒤에야 72시간 만에 디페깅이 해소됐다.
김 대표는이를 근거로 “준비자산의 크기 자체는 페그 유지를 보장하지 못하며 위기 시 액면가(par)를 되살리는 힘은 유동성 접근성과 신뢰 가능한 ‘재개 권한(reopening authority)’에서 나온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최근 암호자산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MIM(매직 인터넷 머니)이 재개 수단 부재로 6월 하순 50%까지 폭락하며 복원에 실패한 사례가 이 같은 진단을 뒷받침하는 최신 사례로 제시됐다.
한국은행의 최종대부(긴급여신)는 은행·금융지주회사 등에만 가능해 은행 지분 51% 구조라 하더라도 발행사가 한국은행 유동성에 직접 닿는 통로가 되지 못한다는 법적 한계도 짚었다.
김 대표는 대안으로 부실 발행자의 준비자산과 부채를 건전한 승계 발행사로 이전해 지급 연속성을 보존하는 ‘정리·이전 권한’, 그리고 예금보험 목표기금제를 준용한 ‘업권 공동 정리기금’ 조합을 제시했다. 이는 예금자보호법상 정리금융회사 방식을 스테이블코인에 준용하는 구상이다.
그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위한 제언으로 ▲재개·정리 권한의 법정화 ▲업권 공동 정리기금 설치 ▲상위 결제층 접근의 명시 ▲2차 시장 페그 전달 장치 ▲연속결제 게이트 규율 ▲은행 지분율이 아닌 재개 아키텍처 편입 여부를 발행 인가 요건으로 삼을 것 등 6가지를 꺼냈다.
◆ 美 워싱턴, “클래리티법,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활동 기반 리워드 허용”
방미 의원단이 직접 확인한 미국 워싱턴 현지의 디지털자산 시장과 규제 동향은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졌다.
앞서 올해 6월 방미 의원단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디지털자산 자문위원회, 빌 해거티·팀 스콧·브라이언 스틸·앤절라 알소브룩스 상원·하원의원실, 하원 금융서비스·농업위원회 및 상원 농업위원회 관계자, 미 SEC 암호자산 태스크포스, 뉴욕증권거래소, 테더·캔터 피츠제럴드, 비트고, 코인베이스 등 총 12개 기관과 회의를 각각 가졌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팀 스콧 상원의원실, 브라이언 스틸 하원의원실 등 미 의회 관계자들은 전통 은행권이 블록체인의 즉시 결제로 인해 이자 수익(플로트)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강력히 저항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결제망 혁신을 위해 핀테크 등 비은행권의 시장 참여를 보장하는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알소브룩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진영 역시 탈중앙화금융(DeFi)에서의 자금세탁방지(AML)와 정치인 윤리 문제를 강하게 통제하면서도 기술 자체의 경제적 수용성은 계속해서 높여가고 있다.
백악관 대통령 워킹그룹(PWG) 또한 달러 패권 유지, 시장 구조 개편, 사이버 보안을 아우르는 범정부적 조율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현지 산업계의 융합 속도도 매섭다. 코인베이스는 복수 발행자 경쟁 및 보상(리워드) 제도를 통한 산업 혁신을 주창하고 있다. 비트고는 콜드스토리지와 다중 서명 중심의 고도화된 수탁(커스터디) 모델로 기관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테더와 캔터 피츠제럴드는 깊고 풍부한 미국 국채 시장을 기반으로 신흥국 결제망을 파고들며 글로벌 유동성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자본시장 인프라인 뉴욕증권거래소 역시 가짜 합성 상품을 배제하고 증권의 직접 소유와 미국예탁결제기관(DTCC) 연계를 통한 24시간 거래 및 동시 결제 2차 시장을 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방미 의원단은 “한국 역시 조각투자(STO) 수준을 넘어 기존 상장 주식과 채권, ETF를 토큰화하는 STO 인프라 고도화와 온체인 연계 모델 확립이 시급하다”며 “한국 역시 단순한 금지와 격리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경쟁력 있는 원화 디지털 결제 인프라 구축에 국가적 입법 역량을 총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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