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수산물공장 냉동창고 화재
토치로 에폭시 바닥 작업중 불 번져… ‘잔불 정리’ 2차 진입 3분만에 폭발
노태영 소방사-박승원 소방위 순직
소방청, 특별 승진-훈장 추서 추진
● 에폭시 작업 중 화재… 2차 진입 3분 만에 폭발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5분경 완도군 군외면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에서 근로자 김모 씨(68)가 “창고에 불이 났다”고 119에 신고했다. 불이 난 곳은 연면적 3096㎡ 규모의 2층 건물 중 미역을 보관하는 1층 냉동창고였다.
김 씨와 외국인 근로자 1명은 창고 내 6개 냉동실 가운데 2번 냉동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토치로 울퉁불퉁한 에폭시 재질 바닥에 열을 가해 평평하게 만드는 방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김 씨는 불길이 치솟자 탈출해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 이송됐다.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 노태영 소방사(30)와 완도소방서 박승원 소방위(44) 등 7명은 오전 8시 31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8시 38분경 2번 냉동실로 진입해 화재 진압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1차 진압을 마치고 창고 밖으로 나와 잔불을 어떻게 정리할지 회의하던 중 2번 냉동실의 다른 구역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노 소방사 등은 8시 47분경 화재 진압을 위해 다시 안으로 향했다.
하지만 약 3분 후인 8시 50분경 2번 냉동실에서 다량의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연성 물질에 불이 옮겨붙었을 가능성이 큰 위험 징후였다. 밖에서 상황을 통제하던 박모 소방경(53)은 긴급히 무전으로 “전원 대피”를 외쳤다. 하지만 곧 냉동실 안에서 ‘펑’ 하는 폭발 소리가 여러 차례 들리면서 천장에서 거센 불길이 발생했다.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화염이 커지는 ‘플래시 오버’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완도소방서 관계자는 “예측하기 어려운 갑작스러운 폭발이었다”고 말했다.
● 예비 신랑과 세 남매 아빠 순직
숨진 노 소방사는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소방관을 꿈꿔 왔고, 4년 전 임용된 후에는 응급환자 이송과 소방차 운전, 화재 진압을 아우르며 활동했다. 본래 역할이 구급대원인 노 소방사는 이날도 현장 인력이 부족해지자 화재 진압에 투입됐다. 소방 관계자는 “누구보다도 바쁘게 움직인 건실한 대원으로 통했다”고 했다.
완도 약산도가 고향인 박 소방위는 1남 2녀 세 남매의 아빠다. 동료 소방관은 “박 소방위는 2007년 임용된 후 화재, 구조 현장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한 헌신적인 직원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소방청은 두 소방관에게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추진하고 특별승진을 시키는 한편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장례는 전남도지사장(葬)으로 치른다. 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완도군 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진행된다.
두 소방관의 순직 소식에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가장 위험한 현장으로 달려가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했다”며 “정부는 이번 사고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모든 현장 인력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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