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이 음악감독 정명훈(73) 체제의 첫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현지시간 29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열린 2026~2027 시즌 기자회견에는 정명훈 음악감독,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 총감독과 쥬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 등이 참석했다. 248년 역사의 라 스칼라에서 최초의 동양인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정명훈은 2027년 1월 1일 공식 취임한다.
정명훈은 이번 계약을 통해 2030년까지 음악감독으로 라 스칼라를 이끈다. 계약에는 2년 연장 옵션도 포함됐다. 다수의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음악감독으로서 연간 10만 유로(1억 7574만원)의 고정 보수를 받으며, 오페라 공연과 콘서트를 지휘할 경우, 1회당 2만 5000유로(4393만원)의 추가 연주 수당을 받는다. 취임 초기 2년 동안 그의 활동은 주로 베르디 작품에 집중될 예정이다.
2026~2027 시즌 프로그램 역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가 중심에 있다. 개막작은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다. 개막 공연은 라 스칼라의 전통에 따라 밀라노의 수호성인 성 암브로시오 축일인 12월 7일 첫 공연을 올린다. 2027년 5월 4일에는 베르디의 <맥베스>를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공개한다. 두 작품 모두 음악감독 정명훈이 직접 지휘한다.
시즌 개막작 <오텔로>는 주요 캐스팅도 화려하다. 시즌 개막작 <오텔로>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파리국립오페라, 빈 슈타츠오퍼 등 세계 주요 극장에서 활약 중인 미국 테너 브라이언 재그드가 오텔로 역으로 출연한다.
데스데모나 역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 엘레오노라 부라토가 맡고, 이아고 역에는 베르디 해석의 권위자로 인정 받는 바리톤 루카 살시가 출연한다. 연출은 최근 라 스칼라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런던 코벤트가든 오페라 등을 오가며 유럽에서 가장 주목 받는 오페라 연출가로 인정 받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다미아노 미티엘레토(41)가 맡는다.
2026~2027 시즌 오페라 프로그램은 이탈리아 핵심 레퍼토리부터 20세기와 21세기 작품까지 총 13개 프로덕션으로 구성됐다. 비제의 <진주조개잡이>,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푸치니의 <라 보엠>,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 스트라빈스키의 <난봉꾼의 행각>, 마스네의 <돈 키호테>, 벨리니의 <청교도>,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퍼셀의 <디도와 아이네아스> 등의 오페라가 무대에 오른다.
시즌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미국 작곡가 존 애덤스의 현대 오페라 <닉슨 인 차이나>다. 1987년 초연된 오페라가 라 스칼라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계 미국인 지휘자 켄트 나가노가 지휘봉을 들고, 아르헨티나 출신 연출가 발렌티나 카라스코가 연출한다.
리처드 닉슨 역에는 미국의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팻 닉슨 역에는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출연한다. 한국 성악가들의 출연도 눈길을 끈다. 테너 김재형(알프레드 김)이 중국 국가주석 마오쩌둥 역을 맡고, 한국계 미국인 소프라노 캐슬린 김은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강청)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정명훈이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첫 시즌에 한국인 지휘자와 한국계 성악가가 함께 라 스칼라 주요 프로덕션에 이름을 올리게 된 셈이다. 2027년 6월 26일부터 7월 13일까지 공연한다.
또 하나의 화제작은 이탈리아 작곡가 페르디난도 파에르의 <레오노라>다. 1804년 발표된 이 작품은 베토벤이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를 작곡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7년 9월 11일, 라 스칼라 극장 초연된다.
2027 시즌 상반기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콘서트 프로그램 역시 화려하다. 3월 1일, 핀란드 출신의 젊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라 스칼라를 찾아 말러 교향곡 제 7번을 지휘한다. 전임 음악감독인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는 3월 23일 바흐의 <요한 수난곡>을 지휘하기 위해 다시 라 스칼라를 찾는다.
10월 5일, 키릴 페트렌코가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함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공연한다. 10월 30에는 세계적 레지에로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가 도니제티와 로시니, 베르디의 작품을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라 스칼라 합창단과 공연한다.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콘서트 무대에 음악감독 정명훈도 가세한다. 2026년 특별 기획 연주로 12월 20일 베토벤의 교향곡 제 9번 '합창'을 공연한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성악가 임채준이 베이스 독창자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정명훈은 2027년 5월 17일, 메시앙의 초기작 '승천(관현악을 위한 네 개의 명상곡)'과 베토벤의 교향곡 제 3번 '영웅'을 지휘하며, 11월 12일부터 베토벤 교향곡 제 9번 '합창'을 3회에 걸쳐 지휘한다.
2027 시즌 라 스칼라 무대를 찾는 '초청 오케스트라'로는 3월 15일, 사이먼 래틀 경이 이끄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바흐의 마태 수난곡(BWV 244)을 공연한다. 4월 9일에는 르노 카푸송이 지휘하는 로잔 챔버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베토벤의 작품을 공연한다.
베를린 필하모닉도 라 스칼라 무대를 찾는다. 11월 15일, 음악감독 키릴 페트렌코와 함께 멘델스존과 슈베르트의 작품과 말러의 교향곡 제 4번을 공연한다. 이어 11월 26일, 다니엘 하딩이 이끄는 산타체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캉토로프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 2번'과 브람스 교향곡 제 1번 등을 공연한다.
이 밖에도, '위대한 피아니스트 시리즈'에는 이고르 레빗, 유자 왕, 다닐 트리포노프, 알렉산더 말로페예프 등의 콘서트가 예정됐다. '성악 리사이틀 시리즈'에는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소프라노 제시카 프랫, 테너 브라이언 재그드와 마이클 스파이어스, 카운터테너 필리프 자루스키 등 스타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다양한 발레 프로그램과 실내악, 아카데미 단원들이 출연하는 공연도 이어진다.
라 스칼라의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티켓 정책도 도입된다.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 총감독은 밀라노 현지 매체 일 죠르노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막 공연 등 프리미엄 공연의 가격은 인상되지만, 젊은 관객과 노년층, 그리고 처음 라 스칼라를 찾는 밀라노 시민에게는 보다 쉽게 공연을 접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베르디 오페라를 중심으로 한 정명훈 체제의 출범, <닉슨 인 차이나>, <레오노라> 등의 초연과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의 참여를 통해 라 스칼라는 새로운 시대를 개막한다. 특히 이번 시즌 발표로 인해, 2027년 부산 오페라하우스 개막작으로 선정된 오페라 <오텔로>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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