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서빙한다는 '테슬라 다이닝' 갔더니…"머스크 물러나라" 고성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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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2시반에도 1시간 줄서
주차장엔 사이버트럭 등 테슬라 차 빼곡
흰 바탕에 네온사인 '레트로퓨처' 분위기
웨이모 직원도 "팝콘 로봇 궁금해 왔다"
건물 밖으론 "머스크는 나치" 반대 시위
주민들은 "공터 많은데 왜 여기" 불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행보를 비판하는 시위대들이 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 문을 연 '테슬라 다이닝'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김인엽 특파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행보를 비판하는 시위대들이 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 문을 연 '테슬라 다이닝'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김인엽 특파원

일요일인 3일(현지시간) 오후 2시30분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할리우드에 위치한 '테슬라 다이너'에는 주차장 가득 모델3, 모델Y, 사이버트럭 등 테슬라 차량들이 가득 주차돼있었다. 점심을 먹기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담당 직원은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한다"고 했다. 가게 밖에서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탈을 쓰고 반대 시위를 벌이는 한편 가게 안에서는 관광객들이 평화롭게 음식을 먹는 이색 광경이 펼쳐졌다.

이날 방문한 테슬라 다이너는 지난달 21일 공식 개점한 테슬라 최초의 음식점이다. 전기차 80대를 수용 가능한 주차장에서 곧바로 음식을 주문하고, 매장 밖에 있는 거대 전광판으로 자동차 극장처럼 영화를 감상하는 테슬라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현장이다.

건물 밖으로 늘어선 대기줄에 서자 검은 옷을 입은 직원들이 태블릿으로 '테슬라 다이닝 체크인' 과정을 도왔다. 이날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주말을 맞아 LA를 찾은 웨이모 전 직원 서피어 오즈나(31)는 "테슬라가 어떤 음식을 만드는지 궁금했다. 특히 팝콘을 담아주는 옵티머스가 궁금해서 와 봤다"고 했다.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을 작성한 뒤 1시간 가량을 기다린 뒤 가게에 입장할 수 있었다.

매장 안은 복고풍과 미래주의가 결합된 '레트로퓨처리즘' 톤으로 꾸며졌다. 전체적으로 흰색 배경에 보라색과 파란색 네온사인이 천장을 밝혀 영화 '백투더퓨처'같은 분위기를 냈다. 1층 매장 내부에는 서빙하는 직원들 너머로 요리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매장은 1층의 실내 좌석과 2층 야외 죄석으로 구성됐다.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 계단 앞에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전시돼있었다. 다만 테슬라가 내세운 '팝콘을 담아주는 옵티머스'는 볼 수 없었다. 담당 직원은 "지난 주말에만 옵티머스가 팝콘을 담았다"고 말했다. 건물 밖에는 차량 안이나 야외 좌석에서 음식을 먹을 떄 볼 수 있도록 거대 전광판을 통해 고전 영화 등 영상물이 흘러나왔다.

테슬라 다이닝 앞으로 사이버트럭이 지나가고있다. AFP연합뉴스

테슬라 다이닝 앞으로 사이버트럭이 지나가고있다. AFP연합뉴스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햄버거와 치킨샌드위치, 샌드위치, 탄산음료 정도로 단촐했다. 햄버거와 칠리치즈를 얹은 감자튀김, 콜라를 시켰더니 26달러가 나왔다.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햄버거 구성은 번과 패티, 치즈만으로 구성돼 단촐했지만 통상 음식점에서 기대하는 햄버거 이상의 맛을 냈다.

식사를 하던 중 밖에서 고성이 들렸다. 테슬라에 반대하는 6~7명의 시위대가 가게 바로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이 "일론 머스크는 나치다" "테슬라를 보이콧하라"고 외치자 도로를 지나가던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호응했다. 한 시위대는 마가(Make America Great America) 모자를 쓰고 사이버트럭 모양의 판자 소품을 몸에 두르고 '케타민'이라고 적힌 흰색 가루가 든 봉투를 흔들었다. 머스크 CEO의 상습 마약 투약 의혹을 풍자한 것이다.

LA에서 만난 한 우버 드라이버는 "주변에 공터들도 많은데 왜 머스크가 시내 한복판에 가게를 세웠는지 모르겠다"며 "가게 때문에 교통도 혼잡해지고 주민들이 빛 공해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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