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유농업이 농촌의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법 제정 이후 전국에 치유농장을 확산하며 정신건강 회복과 정서안정이라는 이중 목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방문한 전북 익산에 위치한한 '우리들의 정원'에서는 허브와 식물을 매개로 한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농장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족욕테라피가 준비돼 있었다. 허브오일을 바른 뒤 건식 족욕기에 발을 담그고 따뜻한 꽃차와 다과를 곁들이는 구성은 단순하지만 깊은 이완을 유도했다. 향과 온기, 정적인 공간이 어우러지며 몸과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어진 비바리움 만들기는 식물과 재료를 직접 손으로 다루는 체험이다. 비바리움은 유리병 안에 식물과 자갈, 이끼 등을 배치해 작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자연을 관찰하고 직접 구성해보는 과정이 치유 효과를 높이도록 설계됐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손을 움직이며 몰입하는 시간이 정서적 안정으로 이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참가자들은 말없이 비바리움 제작에 몰두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치유농업은 과학적 근거 위에서 국민 정신건강과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공공 서비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치유농업은 농업 활동을 통해 심리적·신체적 건강 회복을 돕는 서비스형 농업이다. 텃밭 가꾸기, 식물 돌보기, 동물과의 교감 등 농촌 자원을 활용한 체험을 통해 정서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를 유도한다. 단순한 여가 프로그램이 아닌 정신건강 고위험군이나 질환자의 회복을 지원하는 공공 목적의 치료·예방 프로그램으로서 최근 들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치유농업의 효과는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치유농업에 참여한 소방관의 스트레스 지수가 100에서 89로 감소했고, 고혈압·당뇨 환자의 인슐린 분비 능력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치유농업을 국민 정신건강과 농촌 활력의 접점으로 보고 있다. 올해 프로그램 참여자를 80만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사회서비스와 늘봄학교 등 다양한 제도와의 연계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치유농업사 양성과 품질 인증제 도입을 통해 전문성과 지속가능성 확보에도 나선다.
이경의 '우리들의 정원' 이사는 “치유농업은 자연을 통한 회복이자,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다시 잇는 작업”이라며 “농장이 단지 체험 공간을 넘어서 일상의 회복 기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