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 감귤에 해충 많아지고
수확철 앞둔 수박 햇볕데임
"오죽하면 태풍 기다릴 정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는데 장마는 끝났다고 하고 매일 숨이 막힐 정도로 덥기만 합니다. 오죽하면 태풍을 기다릴 정도입니다."
지난 4일 오후 2시 제주시내 한 감귤 농장. 농민 A씨(52)의 말처럼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도지만 A씨는 해충 피해를 막기 위한 방제 작업을 하느라 몸을 바삐 움직였다. 장마 전엔 평년보다 낮은 기온의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다 마른장마를 거친 지금은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제주 노지감귤 농가들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노지감귤은 하우스나 비가림 등의 시설 없이 오로지 밭에서 자연의 힘으로 키워야 하는 만큼 날씨에 민감하다. 하지만 마른장마와 덥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나무에서 열매가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생리낙과' 현상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해충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A씨는 "나무에서 일부 열매들이 자연스럽게 떨어져야 남아 있는 열매에 양분이 집중돼 당도가 오른다. 보통 7월 들어 닷새 이내에 생리낙과가 끝나는데 올해는 이상기후 때문에 일주일 정도 길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콩 파종과 수박 수확이 한창인 제주 서부지역 농가들도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콩의 경우 빨라진 장마철에 맞춰 파종을 늦췄는데 강수량이 적어 초기 생육 불량이 나타나고 있고, 수박은 강한 햇볕 때문에 표면이 회갈색으로 변하는 '일소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 수박을 재배하고 있는 농민 B씨(78)는 "강한 햇볕을 막기 위해 밭에 있는 수박을 신문지로 싸매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제주 고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