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인구 빠져나가는 상점가에 등장한 ‘지역 재생형 호텔’
빈 집·상점 리모델링해 호텔로 변신…손님은 일본 복고 체험
여성복 판매점이 탈바꿈한 세카이호텔 프런트에서 지난 13일 만난 세카이호텔의 홍보담당자 기타가와 마리는 “원래 후세의 상가는 지역민들이 필요한 장을 보기만 하는 일반적인 마을이었지만 이제는 멀리서부터 일부러 찾아오는 동네가 됐다”라고 말했다.후세 지역은 과거에는 700여개의 상점이 1.8㎞의 얼기설기 얽힌 길을 따라 위치한 활기찬 거리였다. 오사카에서 세 번째로 큰 상점가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다른 지역이 발달하며 점차 사람과 가게들이 빠져나가며 절반 수준인 350개 가게만 열려있다.
세카이 호텔은 지역 재생과 보존에 가치를 두는 사회적 기업으로 이 지역의 빈집, 빈 상점을 저렴하게 빌려 호텔로 탈바꿈시켰다. 여성복을 팔던 가게는 손님을 맞는 프런트가 됐고 종이류를 팔던 가게는 리모델링을 거쳐 현대적인 객실로 바뀌었다. 현재 10개 건물에 23개 객실이 운영 중이다.
세카이 호텔에는 지난해 4200명가량이 방문했고 올해에는 6000명 정도가 방문할 것으로 추산된다. 호텔 측 설명에 따르면 일본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빠르게 손님이 늘고 있다.
빠른 성장세의 비결은 ‘지역 보존’이다. 빈 가게나 빈집의 내부는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했지만 가게 외관은 그대로 유지됐고, 70년, 80년 거리를 지켜온 가게들이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 호텔 프런트의 경우 과거 70년대풍의 간판을 유지하고 있는데, 과거 가게 주인의 자녀가 가족의 추억을 보존해 줘서 고맙다며 꽃을 보내오기도 했다.기타자와는 “(일상과 떨어진 관광지가 아니라) 지역의 일상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했다”며 “젊은 일본의 학생들이 TV나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쇼와 시대의 분위기를 테마파크처럼 체험하고 싶어서 오기도 하고 60대, 70대 어르신들이 오셔서 추억을 느끼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쇼와 시대인 1950~1980년대 중후반을 중심으로 한 복고풍 문화를 ‘쇼와 레트로’라고 부른다. 버블 경제 시기의 풍경을 간직한 후세 거리의 모습이 세카이 호텔만의 특별함인 셈이다. 또 인근에는 유명 관광지인 오사카성이나 유니버설스튜디오가 1시간 이내 거리여서 관광객들이 숙소를 찾다가 세카이 호텔을 발견하기도 한다.
투숙객은 ‘세카이 패스’라는 파란색 카드를 받게 된다. 이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제휴 술집에서 첫술을 무료로 받거나 음식을 할인받을 수 있다. 이런 제휴뿐 아니라 지역의 유서 깊은 가게들을 소개받을 수도 있다.
세카이 호텔이 고로케 맛집으로 추천한 정육점은 75년 영업한 지역 터줏대감이다. 선대에 이어 정육점을 운영하는 우메야마는 “하루에 10명도 호텔 패스를 가진 손님들이 꾸준히 오셔서 매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카이 호텔이 가져온 활기는 유서 깊은 가게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새로 가게를 여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기타자와는 “가게들이 닫는 속도도 느려지고 바로 건너편에 30대 여성분이 카페를 개업하기도 했다”며 “지역 재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면서 고객들이 호텔만 머물지 않고 후세라는 지역을 느끼는 ‘지역 밀착형’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사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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