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포동에 입주를 앞둔 한 아파트는 마피(마이너스피) 6000만원에도 거래가 됐단 얘기도 돌아요. 거래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되죠."(경기도 이천시 안흥동의 한 공인중개사)
경기도 이천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미분양관리지역으로 남았다. 수요가 많지 않은데 단기간에 분양물량이 쏟아진 탓이다. 분양권은 제값을 못 받고 있다. 분양가보다 최대 6000만원 낮은 마이너스피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8월 기준 경기도 이천시는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관리지역 적용 기간은 오는 1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다. 지난달엔 경기도 평택시, 이천시, 울산시 울주군, 강원도 강릉시, 전남 광양시였는데 이천시를 제외한 나머지 4곳은 이달 지정을 피했다.
HUG는 미분양 규모가 1000가구 이상이면서 공동주택 재고 수 대비 미분양 가구 수가 2% 이상인 시·군·구 가운데 미분양 증가 속도가 빠르거나, 미분양 물량 해소가 저조하거나, 신규 미분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곳을 관리지역으로 선정한다. 관리지역에서 분양 보증 발급을 위해서는 사전 심사받아야 한다.
이천시 미분양 아파트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1327가구다. 경기도에서 공개한 자료엔 각사들의 요청에 따라 단지명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분양 가구 수 등을 통해 추산할 수 있다.
미분양 가구수가 가장 많은 곳은 이천시 안흥동에 분양한 '이천 롯데캐슬 센트럴 페라즈 스카이'다. 현재 801가구 중 619가구가 남았다. 전체 물량의 77.3%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2월 801가구를 모집했다. 383가구를 모집하는 특별공급엔 단 9명만 지원했고, 특공에서 미달한 물량이 넘어와 792가구를 모집한 1순위 청약엔 165명이 청약해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같은 동에서 분양한 '이천서희스타힐스'(2024년 2월 분양)도 전체 분양 물량 347가구 가운데 214가구(61.67%)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았고, 부발읍 아미리 '이천 부발역 에피트'(2024년 8월 분양)는 671가구 가운데 212가구(31.59%)가, 중일동 '이천 중리지구 A-2블록 신안인스빌 퍼스티지'도 523가구 중 132가구(25.23%)가, 송정동 '이천자이 더 레브'는 635가구 중 121가구(19.05%)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천은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기대로 이른바 '반세권(반도체+역세권)' 기대감이 컸던 곳이다. 미분양 단지들 역시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 본사와 반도체 공장을 배후수요로 강조하면서 분양을 진행했던 곳들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천시 적정 수요는 1120가구다. 하지만 이천시 2026년 공급량은 5065가구, 2027년 1436가구, 2028년 671가구, 2029년 936가구 등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단지 분양권엔 마피가 붙어있다. 마피는 거래가격이 분양가를 밑도는 상황을 말한다.
네이버 부동산과 현지 부동산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이천 롯데캐슬 센트럴 페라즈 스카이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분양가보다 2000만원가량 낮은 물건도 구할 수 있다. 500만~1000만원 하락한 분양권은 꽤 많다.
이 단지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거래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 단지 역시 500만~1000만원 내린 매물이 꽤 있다. 마피 2000만원에 내놓은 매물은 없지만, 집주인과 얘기하면 조율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분양 단지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이 마음이 급하다 보니 500만~1000만원가량 가격을 낮춰서 내놓긴 하는데 어떤 집주인들은 추후 상황을 보면서 다시 내놓겠다며 아예 물건을 거둬가는 경우도 많다"며 "단기간에 물량이 너무 많이 풀려 일단은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향후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게 현장의 전언이다. 안흥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공급이 많아 입주장이 다가오면 집값이 한 번 더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빠르게 소화가 되는데 당분간은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천 분양권 투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굳이 현시점에 이천 부동산 시장에 진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공급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 시장 상황을 보고 진입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조언했다.
반면 또 다른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용인이나 평택, 이천처럼 공표된 호재가 있는 지역이라면 매수를 고려할 순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천 내에서도 가장 똘똘한 한 채를 선별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