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직접 관심 있는 소재를 가져와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말하기 수업’ 중에 난데없이 수류탄이 등장했다. 불발탄인 까닭에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고는 없었지만, 학생과 교직원이 긴급 대피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더비셔 애쉬본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서 한 소년이 수업 중 제2차 세계대전 때 쓰인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당시 학생들은 지도교사와 함께 ‘유럽 전승 기념일(5월 8일)’에 관해 배우고 있었다.
이 학교의 교사인 자넷 하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꽤 흥미롭게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앞서 한 학생이 낡은 탄약 상자를 가져온 일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수업은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트는 “그런데 한 학생이 주머니에서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그건 내가 전혀 기대하던 게 아니었다”며 학생들과 교직원이 단체로 ‘패닉’하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하트는 차분하게 학생에게서 수류탄을 넘겨받은 뒤 교내 주차장에 있는 나무 뒤편으로 조심스레 옮겨다 놓았다. 하트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 상황이)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가 수류탄을 옮기는 사이 다른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켰다.
수류탄은 외관상 낡아 보였으나, 불발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하트는 곧바로 군 당국과 경찰에 연락했다. 곧 육군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했고, 엑스레이(X-Ray) 검사 등을 거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을 일으킬 만한 성분은 남아있지 않았다고 한다.
하트는 “어린 학생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몰랐지만,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신 나 있었다”며 “학교에 경찰이 왔을 때 그들은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수류탄을 학교에 가져온 학생은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흥미로운 소재라고만 생각했고, 그의 부모 역시 수류탄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부모와 보호자들에게 작은 조언을 하고 싶다”며 “아이들이 ‘말하기 수업’에 뭘 가져가는지 꼭 이중 점검을 해달라. 특히 그게 집안 유물 같은 경우일 때”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