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소녀시대 멤버 효연은 개인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의 페이크 다큐 코너 ‘가짜 김효연’에서 티파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년 소녀시대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과거 태연·티파니·서현으로 구성돼 인기를 얻었던 유닛 ‘태티서’처럼, 유리·수영과 새 유닛을 만들겠단 농담이었다. 티파니가 웃음을 참으며 “태연이한테 물어봤어?”라고 묻자, 효연은 “왜 물어보냐. 알아서 보고 판단하겠지”라고 맞선다.
이 애드립은 이후 실제로 ‘효리수’ 결성 에피소드로 이어졌다. 효연 등은 ‘태티서’ 대항마를 자처하며 메인 보컬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대결은 곧 가사 실수와 음이탈, 과장된 열창 등으로 흘러가고, 팬들은 ‘신흥 개그 걸그룹’이라며 환호했다. 현재 ‘가짜 김효연’의 주요 에피소드들은 꾸준히 유튜브 조회수 100만 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세대 K팝 가수들이 유튜브를 계기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들은 이미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만, 현역으로 활동하던 2000~2010년대엔 개인 캐릭터나 팀 안에서의 위치 등을 가감 없이 보여줄 채널이 많지 않았다. 과거엔 신비주의 전략이나 방송 편집이란 틀 안에서 ‘잘 만들어진’ 이미지로 소비됐던 그들이 이젠 자체 콘텐츠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효연의 ‘가짜 김효연’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효연과 유리, 수영은 아이돌로서 완성된 면만 보여주는 대신 일부러 어설픈 모습을 드러내며 웃음을 만든다. 소녀시대 활동 당시 상대적으로 보컬 파트가 많지 않던 멤버들이 메인 보컬 자리를 차지하려 경쟁한다는 설정 자체가 예능적 재미를 만들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 스타들은 이미 대중적 인지도가 있어 유튜브에서도 경쟁력이 크다”며 “공연과 앨범 위주로 활동하는 현역 스타들은 관리해야 할 이미지가 많지만,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스타들은 비하인드 스토리와 보다 편안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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