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에에에~모리." 도심에 나타난 양 떼가 울음소리를 낸다. 가만히 들으면 울음소리는 하나의 단어로 들린다. 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메모리'다.
10일 SK하이닉스가 신규 기업이미지 광고 '메몰이소녀'를 유튜브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양 울음소리 "메에에"와 메모리의 발음 유사성에서 착안한 언어유희에 요들송 선율을 얹은 영상이다. 배우 김민하가 양 떼를 이끄는 '메몰이소녀'로 출연했다. 김민하가 SK하이닉스 광고 모델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고 속 양들은 메모리 반도체를 상징한다. 김민하가 수많은 양을 이끌고 도심을 활보하는 모습으로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을 이끄는 회사 위상을 표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민하는 SK하이닉스 뉴스룸 인터뷰에서 "제가 이끄는 양들이 AI 시대의 핵심인 메모리를 상징한다고 들었는데, 재미있는 세계관 속에서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함께 전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영상 속 양들은 도심 곳곳에서 분주하다. 회전문에서 굴러나오고, 합창단처럼 떼창을 하고, 사무실에서는 빅데이터가 적힌 종이를 먹어치운다. 자율주행차 운전석에 앉은 양이 등장하는가 하면 후반부에는 양들이 우주로 발사되는 장면까지 나온다. 메모리가 들어가는 일상과 산업 곳곳을 양들의 활약으로 풀어낸 구성이다. 김민하는 "영상 후반부로 갈수록 우리가 상상만 하던 AI 세상들이 펼쳐진다"며 "반도체가 열어갈 미래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작 방식도 눈길을 끈다. 이번 영상은 실사 촬영분에 생성형 AI 결과물을 합성한 '하이브리드 프로덕션'으로 만들어졌다. 김민하가 빈 크로마 스튜디오에서 나중에 AI로 구현될 양 떼를 상상하며 홀로 연기하면, 후반 작업에서 AI가 생성한 캐릭터와 배경을 입히는 식이다.
광고를 제작한 임현철 이노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실제 배우를 촬영해 AI를 합성하는 하이브리드 작업은 저에게도 처음이었다"며 "후반 작업에서 거의 모든 컷을 다시 뽑아내야 했을 정도"로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했다. AI 영상 특유의 한계도 있었다. 양이 박수를 치는 장면에서 양의 발이 자꾸 사람 손 모양으로 생성돼 결국 해당 장면을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영상을 본 누리꾼 반응도 뜨겁다. 공개 하루 만에 유튜브 댓글창에는 "처음엔 내가 뭘 본 거지 싶었는데 뇌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램(RAM)이 그 램(lamb·양)이었다니, 앞으로 램 볼 때마다 양이 생각날 것 같다", "광고가 아니라 한 편의 웰메이드 작품을 본 것 같다", "병맛인데 너무 귀엽다"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AI 붐으로 반도체에 대한 대중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술 기업들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광고 역시 기술이 아닌 감성을 앞세웠다. 임 CD는 "AI 시대로의 거대한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기분 좋은 자부심'을 모두가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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