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의 행방은 백악관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 중 하나다.”
올 1월 20일 재집권해 백악관에 입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로 재집권 108일을 맞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백악관의 안주인을 차지한 아내 멜라니아 여사가 백악관에서 머문 날은 14일도 채 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통적인 영부인의 업무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신 수행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0년) 당시에도 ‘집순이’로 불렸던 멜라니아 여사는 2기 행정부에서 더더욱 대외 활동을 자제하며 독립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백악관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 멜라니아는 어디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멜라니아는 몇 주 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나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사저에 머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부인 집무실이 위치한 백악관 이스트윙에는 고용된 직원도 출근하지만 멜라니아 여사가 출근하는 일은 드물다는 것. 익명의 소식통은 NYT에 멜라니아 여사가 백악관에 있던 날이 14일이라는 주장도 관대한 추정이라고 전했다.
그가 최근 공개 행사에 등장한 것은 이달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지난달 ‘백악관 부활절 달걀 굴리기’와 국무부에서 열린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 시상식 정도다. 8일 바버라 부시 여사 기념우표 공개 행사에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찾을 예정이지만, 다음 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는 동행하지 않는다.대통령 부인 전문가인 역사학자 캐서린 젤리슨 오하이오대 교수는 “이렇게 조용히 지내는 퍼스트레이디를 본 건 베스 트루먼 이후 처음”이라며 “거의 80년 전의 이야기”라고 NYT에 전했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1945~1953년 집권)의 아내 베스 여사는 역대 가장 조용했던 퍼스트레이디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백악관보다 고향인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에서 시간을 보내길 선호했다고 한다.
NYT는 백악관에서 전통적으로 영부인이 해온 역할의 일부를 트럼프가 직접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내의 조명을 고르거나 ‘대통령의 정원’으로 불리는 백악관 로즈 가든을 재단장하고, 이스트윙에서 백악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여성 역사의 달 리셉션을 주재하는 등이다.
트럼프 1기 당시 멜라니아 여사는 ‘은둔의 영부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았다. 2016년 대선 기간 남편의 선거 캠페인에 잘 나서지 않았고, 이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도 아들 배런의 교육을 위해 뉴욕에 머무르며 백악관 입주를 미뤘다.지난해 대선 캠페인에도 멜라니아 여사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NYT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성인 배우와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 입막음용 뒷돈을 제공했다는 혐의의 재판을 겪으면서 부부가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당시 맨해튼 남부 법정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2차례의 암살 시도도 그가 가족의 안전에 대해 크게 걱정하게 만든 요인이었다.다만 멜라니아 여사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명성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일은 마다하지 않고 있다. 멜라니아는 1월 트럼프 취임식 전날 자신의 이름을 딴 코인($MELANIA)을 출시하고 이를 소셜미디어로 홍보했다. 2월에는 영부인으로서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아마존과 4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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