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만 꺼내는 한복, 오늘 당장 입는 옷 되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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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덕수궁길에서 열린 ‘2025 서울패션로드 정동’을 기획한 한복 디자이너들. 왼쪽부터 송혜미 서담화 대표, 김남희 돌실나이·꼬마크 대표디자이너, 박선옥 기로에 대표, 권혜진 한복스튜디오 혜온 대표.    임형택 기자

지난 2일 서울 덕수궁길에서 열린 ‘2025 서울패션로드 정동’을 기획한 한복 디자이너들. 왼쪽부터 송혜미 서담화 대표, 김남희 돌실나이·꼬마크 대표디자이너, 박선옥 기로에 대표, 권혜진 한복스튜디오 혜온 대표. 임형택 기자

“한복의 세계화를 위해선 한류 스타와 같은 앰버서더보다 한복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골라 입는 옷으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모델들과 피날레 하는 송혜미 대표(왼쪽 두 번째).

모델들과 피날레 하는 송혜미 대표(왼쪽 두 번째).

지난 2일 서울시가 덕수궁 돌담길에서 연 ‘2025 서울패션로드 모던한복 패션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 4인은 행사 직후 이같이 입을 모았다. 서울시가 국내 유망 패션 브랜드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봄·가을 개최하는 서울패션로드 행사에서 한복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K팝 아티스트인 뉴진스의 무대 의상 협찬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서담화를 비롯해 기로에, 꼬마크, 한복스튜디오 혜온 등 국내 유명 한복 브랜드 네 곳이 참여했다.

송혜미 서담화 대표디자이너는 올해 패션 트렌드인 미니멀리즘과 지속 가능한 슬로 패션을 한복에 투영했다. 송 대표는 “하늘하늘한 한복의 결을 드러내기 위해 안감 부분을 최대한 덜어낸 홑겹 구조의 한복을 만들었다”며 “한 땀 한 땀 전통 바느질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느리게 만들지만 정교하고 섬세한 패턴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3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에게 조선 영조의 도포를 만든 방식으로 MS 로고 컬러를 차용한 디자인의 한복을 선물하기도 했다.

기로에는 정장 대신 입을 수 있는 ‘한복 슈트’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박선옥 기로에 대표는 “서양식 슈트처럼 보이지만 원단을 남기지 않고 조각보처럼 잘라 사용하는 전통 한복의 철학인 ‘제로 웨이스트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 정장을 만들고 있다”며 “한국의 길어진 여름을 고려해 전통적인 싸매는 구조 대신 길어진 ‘맞깃’이라는 현대적 여밈을 도입했다”고 했다. 기로에는 한복 슈트에 어울리는 고무신을 닮은 ‘코(kor) 슬립온’이라는 신발도 자체 개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복 슈트는 제네시스 전시장 직원은 물론 우리나라 군악대 유니폼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1세대 생활한복 브랜드 돌실나이에서 젊은 감성을 살린 후속 브랜드 꼬마크를 선보인 김남희 대표는 “한복을 언제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스트리트웨어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꼬마크는 트레이닝복 바지, 아노락, 오버사이즈 티셔츠 등 현대적 아이템과 전통 문양 단청, 스란단을 결합한 새로운 패션을 선보였다. 한복 특유의 ‘겹겹이 입어 만드는 아름다움’을 레이어드룩으로 풀어냈다. 김 대표는 “젊은 세대가 실용적으로 입도록 구김이 적고, 세탁이 편리한 소재로 구성했다”고 했다.

김연아 한복으로 잘 알려진 한복스튜디오 혜온의 권혜진 대표는 전통 혼례복인 활옷의 화려한 감성을 블라우스, 주름치마와 같은 현대식 옷으로 재해석했다. 권 대표는 “덕수궁 데이트와 같은 상황에서 윗옷 하나, 치마 하나 골라 입을 수 있도록 고대 소재와 현대 소재를 섞어 우아하게 디자인했다”며 “머리를 땋고 묶거나, 메이크업을 가볍게 하는 등 옷 자체의 우아함에 시선이 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복 코디’도 조언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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