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 5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4%가 넘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최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면 연내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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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FOMC의 금리 동결은 시장에서 예상한 바다. 그 예상의 근거 중 하나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대부분이 비대칭성을 갖기 때문이다. 즉 금리를 올리는 속도는 금리를 내리는 속도보다 느리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금리 인상을 좋아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를 내리는 것은 누구나 좋아한다. 금리 인상은 인기 없는 정책이며 따라서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금리를 인상하면 실물 경제에서 자본 비용이 올라간다. 그동안 잘 돌아가던 경제가 주춤하는 브레이크가 걸린다. 금리가 올라갈수록 소비와 투자에 돈을 쓰는 것보다 은행에 예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논리로 금리 인상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금리와 자산 가격(주식·부동산 가격)의 흐름은 반대로 간다.
지금 각국의 중앙은행은 인기 없는 정책을 펴야 하는지, 시작한다면 언제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인사인 케빈 워시(Kevin Warsh)가 의장으로 있는 Fed는 금리 인상 시작 시기를 최대한 늦출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국채수익률 같은 시장금리는 이미 크게 상승하면서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이 이미 금리를 인상해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은 사실상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금리정책 기조가 방향을 바꿀 때는 항상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가 흔들린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주식 시장이 크게 조정받을 수 있고 실물 경제에서도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도 미국과 같은 이유로 다음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모든 위원들이 금리 인상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번 금통위에서 7월에 인상할 듯한 언급이 있었지만 과연 현 정부의 자랑거리인 사상 최고치의 코스피에 브레이크를 거는 용기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전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정말 존경받아야 한다. 또한 한국은행의 고유권한인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이야기할 때 행정부나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 여론과 시장으로부터 독립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을 버텨내고 정말 한국 경제를 위한다는 마음 하나로 견디기 힘든 비판이 있어도 자신들의 생각을 통화정책으로 풀어내는 것이 한국은행의 정체성 그 자체다. 그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금리 인상을 해야 할 때 하지 못하면 경제에 버블이 커져 나중에 더 큰 화를 입게 된다. 반대로 해야 하지 않을 때 인상할 경우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만 가기에 금리 인상은 필요해 보이는데 이제 경기가 막 회복 국면에 들어선 지금 과연 인상이 맞는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는 저금리 기조에서 고금리로 넘어가고 나서 시작했다. 닷컴 버블은 정보기술(IT)에 대한 환상이 원인이었고 금융위기는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대출이 확대되면서 그 싹을 틔웠다. 어쩌면 지금의 시장 상황은 두 경제 위기의 버블을 적당히 섞어 놓은 듯하다. 기업과 시장이 저금리의 금융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 기조에 접어들 때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할까.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 그래서 알면서도 또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과거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않고 완급을 조절하면서 바른 대응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난 금융위기와 비교해 보면 중앙은행의 정책 기법도 크게 발전했기에 다양한 정책적 대응이 가능할 수도 있다.
어찌 됐든 금융·자산 시장의 변동성은 높아질 일만 남았다. 가끔 긴축발작도 나타날 수 있다. 항상 중앙은행은 누구보다도 미래를 잘 알고 있다고 시장은 믿고 있다. 부디 글로벌 경제가 또는 한국 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 없이 지금의 초불확실성 시기를 무사히 넘어가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경제와 시장의 마지막 보루인 한국은행의 혜안과 결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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