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지는 美 '제재 칼날'…이란 내성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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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이란 제재 수위를 강화하고 있지만 경제 제재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재가 장기화하자 중국 및 러시아와 공조해 이란 경제 회복력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이란 군사 행동을 중단한 대신 호르무즈해협 역봉쇄를 포함한 일명 ‘경제적 분노’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정권 주요 자금원인 석유 수입을 차단해 이란 경제를 마비시키겠다는 구상에서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작전의 주요 조치 및 결과가 과거 제재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2018년 트럼프 1기 시절 이란 핵 합의 탈퇴 후 이어진 제재를 새롭게 해석한 것으로 보이지만 8년간 이란은 태도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의 석유 제재 현황을 추적하는 미국 법무법인 휴스허버드앤드리드에 따르면 지난 8년간 이란에 부과된 제재 건수는 2000건에 달한다. 이 로펌은 “표적 선정 우선순위에 사실상 큰 변화가 없다”며 “적용되는 제재 수단도, 겨냥하는 지역도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의 압박을 견뎌내는 이란의 능력만 부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처드 네퓨 전 미국 국무부 제재정책 조정관은 “제재와 경제 압박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이란을 압도하거나 우리 목표 자체를 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전면적 해상 봉쇄 강화가 역설적으로 이란이 제재를 견뎌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제안보 전문가인 니컬러스 멀더는 “제재 때문에 거대한 ‘그림자 경제’가 형성됐다”며 “봉쇄 조치는 미국이 수십 년간 이어온 제재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란과 러시아, 북한 등이 미국 제재에 맞서 무기 및 군수품을 공급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효과도 낳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 드론과 북한 포탄을 사용하는 한편 이란은 러시아에서 표적 관련 정보를 받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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