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유가 하락이 맞물리며 미국인의 여행 패턴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상승하는 생활비로 인해 여행 소비 성향이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여행 선호도가 급증했다. 이는 미국인들이 더 이상 해외보다는 가까운 여행지를 선호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또 항공 여행은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여행 목적지 또한 변화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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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_[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자동차협회(AAA)는 올해 메모리얼 데이 연휴 동안 약 3940만 명의 미국인이 자동차를 이용해 여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1% 증가한 수치로, 20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휘발유 가격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자동차 여행은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AA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약 3.14달러로, 지난해보다 약 50센트 가량 저렴하다. 유가 하락은 자동차 여행을 더욱 매력적인 선택으로 만들었다.
반면, 항공 여행 수요는 제한적인 증가에 그쳤다. 메모리얼 데이 연휴 동안 항공편을 이용할 계획인 사람은 361만 명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에 그쳤다. 항공사의 요금 인상과 최근의 항공 안전사고가 여행객들에게 부담을 주었기 때문이다. 미 국내선 항공 요금은 평균 850달러로 지난해보다 2% 상승했다. 저가 항공사들이 추진한 고급화 전략도 요금 상승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항공편 이용은 감소세를 보였다.
여행지 선택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해외보다 가까운 국내 여행지가 각광받고 있다. ‘비욘드’의 줄리 브링크먼 CEO는 “미국인들이 해외보다는 멕시코만 연안이나 스모키 마운틴스와 같은 미국 내 여행지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여행객들은 비행기 대신 자가용을 선택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단거리 여행을 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글로벌 무역 전쟁은 미국인들의 여행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 주식시장 하락으로 재산이 감소한 고소득층 여행객들도 여행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고급 해외여행 전문 업체인 ‘트레블 비욘드’는 지난해 동기 대비 문의 건수가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적 불확실성과 고용 불안정이 고소득층의 소비 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유가 하락, 인플레이션 등 복합적인 경제 요인은 여행 트렌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여행 소비 성향은 더욱 내수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