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 놓고 美반발 커
국회, 관련법 논의 8월로 미뤄
공정위, 美의회서신 대응준비
한미 관세협상에서 초반 쟁점 중 하나였던 온라인플랫폼법 문제가 최종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이 지속해서 우려를 제기한 사안인 만큼 당분간 국내에서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직접적인 규제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관세협상이 타결된 뒤 브리핑에서 “플랫폼법은 협상 단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테이블에는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된 플랫폼법이 협상 과정에서 민감한 이슈로 부각됐으나 마무리 국면에서는 다른 현안이 우선적으로 다뤄진 결과로 해석된다.
플랫폼법은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시장지배적인 플랫폼 사업자의 반경쟁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망라한다. 규제 대상으로는 네이버나 카카오뿐 아니라 구글, 애플 등 국외 대형 플랫폼까지 거론된 바 있다.
일단 논란이 수면 아래로 내려왔으나 플랫폼법에 대한 미국 측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 현지 브리핑에서 “무역 상대국의 비관세장벽에 대한 (철폐) 압박이 계속 있을 것”이라며 “안심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플랫폼법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최근 미국 의회가 “플랫폼법이 미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는 서신을 보냄에 따라 답변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 등 후속 논의에서 플랫폼법이 다시 다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어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미국 빅테크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7월 임시국회에서 구글·애플 등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독점규제법은 일단 멈춰두고, 배달수수료 상한제 도입 내용을 담은 플랫폼 거래공정화법을 먼저 추진하려고 했다. 플랫폼법이 미국과 통상 마찰 리스크로 부각되자 법안을 둘로 나눠 ‘전략적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글과 애플 앱마켓 수수료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되면서 법안 논의를 8월 국회 이후로 미뤄둔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향후 미국 측과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방향을 결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의 정밀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문제도 최종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김 실장은 “우리가 계속 방어했다. 그 부분에 대한 추가 양보는 없다”고 밝혔다. 정밀지도 반출 제한은 미국이 또 다른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지목한 사안이다. 정부가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안보 문제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반출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글은 지난 2월 한국 정부에 1대5000 정밀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9년 만에 다시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