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인 포스코를 사용자로 인정해달라는 하청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대기업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 첫 사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하청 노조가 따로 포스코와 교섭하겠다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도 인용됐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대기업이 수많은 하청 노조와의 ‘쪼개기 교섭’에 응해야 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했다.
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포스코의 다른 하청 노조와 교섭단위를 분리해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였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사용자로 본다. 이에 따라 하청 노조도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 노조법 시행령은 하청 노조가 다른 하청 노조와 별도로 교섭을 원하면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을 허용한다.
금속노조와 건설플랜트노조는 개정 노조법 시행일인 3월 10일 0시가 되자마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동조합연맹과 함께 교섭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원청 노조는 물론 최소 세 개의 하청 노조와 따로 교섭을 벌이게 됐다. 노동위는 하청 노조와의 교섭 의제를 ‘산업 안전’으로 명시했지만, 교섭 테이블에 앉으면 노조가 임금, 복지 등으로 의제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하청 노조 간 교섭단위를 분리하면 노조별로 쟁의 행위 시점이 달라져 순차적 파업도 가능하다”며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관련 법령이 정하는 선에서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무제한 '쪼개기 교섭' 우려…산업 현장 혼란
노동위, 민간 기업에 '사용자성·분리 교섭' 첫 인정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하청노조와는 교섭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한 건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령에 따른 판단이다. 시행령은 하청 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하는 기준을 ‘노조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이익 대표의 적절성’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 등으로 규정했다. 하청노조가 “(다른 노조와) 상급 단체가 다르거나 처우가 상이해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 독자적인 교섭권을 부여해주는 셈이다.
기업들이 수많은 하청 노조가 주장하는 각각의 요구에 대응하느라 교섭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쪼개기 교섭 현실화
경북지노위는 8일 “산업안전 관련 교섭 의제에 대해 포스코가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로 인정된다”고 노사 양측에 통보했다. 교섭단위 분리 결정에 대해서는 “전국금속노조의 경우 노조 간 공정대표 관련 분쟁 등 기존 사례를 토대로 노조 간 갈등 가능성과 이익대표성 등을 고려했고, 플랜트 노조의 경우 플랜트 건설의 특성, 작업 방식 등 업무 성격이 다른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국내 대기업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데 더해 하청 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까지 받아들여져 산업 현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기업 원청이 복수의 하청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하는 이른바 ‘쪼개기 교섭’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도 상급 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독자 교섭할 수 있게 돼 기업들은 1년 내내 교섭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으로 교섭단위 분리 결정은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10일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지난 7일까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한 하청노조는 115곳에 이른다. 이 중 신청을 취하한 27곳과 이날 인용 판단을 받은 2건을 제외하면 86곳이 진행 중이다. 7일에도 한국노총 전국보안방재노조가 원청인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이로써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노동위가 원청이 하청의 사용자라고 판단한 사건(교섭 요구 미공고 시정신청, 교섭단위 분리)은 총 6건으로 늘어났다. 2일 충남지방노동위는 공공기관 하청노조 연대인 공공연대노동조합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4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고용부 “국세청도 콜센터 직원의 원청”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원청 기업(도급인)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국세청이 하청노조의 사용자라고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판단지원위원회가 결정한 첫 사례이자 중앙 정부 부처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첫 번째 사례기도 하다.
민주노총 서비스 일반노조 모두의콜센터지부 산하 하청노조인 국세청 콜센터지회는 지난달 10일 국세청을 상대로 교섭요구안을 발송했지만, 국세청은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받겠다며 판단지원위에 판단을 요청했다.
국세청의 전화 상담 업무를 수탁받은 민간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원청 교섭을 요구했고, 위원회는 이 중 ‘작업환경 및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개선’ 의제에 대해 국세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위원회는 국세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운영 장소와 시설, 장비 일체를 직접 제공하고 복리후생을 위한 시설 개선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고용노동부의 자문은 행정 해석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국세청은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노동위원회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공공기관인 태권도진흥재단은 자회사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성이 부정됐다. 위원회는 해당 자회사가 인사·조직·운영 전반에서 재량과 자율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7일까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노조는 총 987개, 14만4000명이며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은 368곳이다.
곽용희/신정은 기자 kyh@hankyung.com

1 week ago
5


![고객확인 20년, 형식적 절차 넘어 실질적 점검으로 [화우 자금세탁방지인사이트]](https://pimg.mk.co.kr/news/cms/202604/21/news-p.v1.20260420.d0145b853964435a8b33bba5b6c5a73d_R.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