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 내려도 빵값은 그대로 "왜?"…2년 전과 달라진 이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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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카페&베이커리페어에 갓 구운 빵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 서울카페&베이커리페어에 갓 구운 빵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분·제당 업체들이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연이어 낮추고 있지만 정작 이들 원재료를 사용한 빵, 과자 등의 가공식품 가격은 내려오지 않아 소비자 체감 장바구니 물가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분·제당 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업소용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각각 평균 6%와 4% 내렸으며 소비자용 설탕·밀가루 출고가도 평균 5% 내외로 인하했다. 대한제분도 이달부터 일부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4.6% 내렸다. 전분, 물엿, 과당 등 전분당 업계 역시 제품 가격을 3~5% 낮췄다.

발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다. 공정위는 최근 밀가루 제분 업계가 5년에 걸쳐 5조8000억원 규모 가격 담합을 했다고 판단하고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최대 1조16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제품 가격을 직접 조절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도 20년 만에 심의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는 설탕과 전분당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칼을 뽑아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담합을 '암적 존재'로 규정하며 신속 대응을 강조한 것이 제품 가격 인하에 직접적 영향을 준 셈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밀가루와 설탕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담합은 공정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하며 국민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암적인 존재"라고 강력 비판했다. 반시장적 행위에 대한 시장 영구 퇴출 방안도 거론했다. 정부의 강경한 움직임에 해당 업계가 자체적인 가격 재조정에 나선 것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이솔 기자

서울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이솔 기자

하지만 밀가루, 설탕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인상을 명분으로 가격을 올렸던 가공식품은 당장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밀가루와 설탕은 가공식품 제조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라며 "원재료가 인상을 명분으로 제품 가격을 올렸던 식품업계는 이제 제조원가가 낮아진 만큼 자발적으로 최종 소비자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22년 이후 밀 가격은 하락했지만 밀가루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상승했고, 원당 가격 상승폭보다 설탕 가격 상승폭이 컸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소비자 가격에 원가가 제대로 연동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가공식품 업계는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2024년 밀가루, 설탕 유지류 원가가 낮아지자 일부 식품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낮춘 바 있다. 당시 파리바게뜨는 일부 식빵 제품 가격을 최대 8.2% 내렸고 뚜레쥬르도 일부 빵 가격을 평균 6.7% 인하했다. 해태제과 역시 일부 과자 가격을 평균 6.7%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충분히 내려 여유가 생긴다면 제품 가격도 그에 맞춰 낮추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지금은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수입 원재료 부담이 커졌고 인건비와 물류비, 포장재 가격 상승마저 누적돼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국내 대표 제빵 기업인 SPC삼립은 지난해 매출액 3조3705억원을 기록해 전년(2024년) 대비 1.7% 줄었다. 영업이익은 387억원으로 59.2%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에 그쳤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매출액 4조21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95억원으로 30.3%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오뚜기도 매출액은 3조6745억원으로 3.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773억원으로 20.2% 감소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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