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선수 실격에 논란 재점화
정치·종교·인종 표현 금지 규정
역대 올림픽서 여러 차례 실격 처리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Vladyslav Heraskevych)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희생된 동료 선수 24명의 얼굴을 새긴 ‘추모 헬멧’을 착용하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제지당하며, 올림픽 현장에서의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치·종교·인종 선전 금지한 ‘올림픽 헌장 제50조’
IOC가 헤라스케비치의 헬멧 착용을 제한한 근거는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이다. 이 조항은 ‘올림픽 경기장 및 관련 시설에서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IOC는 동료를 잃은 선수의 슬픔을 충분히 이해하며, 이는 메시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장소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30여 건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이 130개의 서로 다른 갈등을 표출하는 장이 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메시지 담긴 소품·무릎꿇기 등 정치 성격 몸짓 금지
올림픽에서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헌장 제50조는 1975년에 처음 도입됐다. 이는 1968년과 1972년 올림픽 당시 발생한 흑인 인권 관련 시위 등을 계기로, 올림픽의 본질인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화합’을 위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논의 끝에 제정됐다.
IO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지되는 행위는 구체적이다.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완장이나 소품 노출, 손동작이나 무릎 꿇기 같은 정치적 성격의 몸짓, 공식 행사 프로토콜 준수 거부 등이 포함된다. 제한 장소 역시 경기장뿐만 아니라 선수촌, 시상대, 개·폐회식장 등 올림픽 관련 시설 전반을 아우른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개인적 견해 표명’과 ‘선전·시위’를 구분하고 있다. 선수들은 기자회견, 인터뷰,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 이번 동계 올림픽 중 미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헌터 헤스가 미국 정치 상황에 대해 “국기를 달고 있다고 해서 국가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를 ‘진정한 패배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오락가락 징계에 형평성 논란도
정치적 표현으로 인한 실격 사례는 과거부터 꾸준히 발생해 왔다.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종목의 마니자 탈라시(난민 대표팀)는 경기 중 ‘아프가니스탄 여성에게 자유를’이라는 메시지를 펼쳤다가 실격됐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는 시상대에서 주먹을 들어 올린 존 카를로스와 토미 스미스가 제명됐고,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는 시상식 참석을 거부한 빈센트 매튜스와 웨인 콜렛이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모든 표현이 징계로 이어지지는 않아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미국의 웬 베리와 레이븐 손더스는 각각 인종 차별 항의와 억압받는 이들의 연대를 의미하는 동작(주먹 들기, X자 그리기)을 취했으나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인류의 축제라는 올림픽 무대에서 선수가 가진 인간으로서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와 올림픽이 지향하는 ‘정치적 중립’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는 IOC가 풀어야 할 해묵은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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