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도 제주도와 강원도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과 유명 관광지는 성수기 여행객으로 붐빌 전망이다. 숙박비와 식비 부담이 커지고 관광지마다 긴 대기줄이 반복되면서 북적이는 휴가 대신 한적한 쉼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촌캉스(촌+바캉스)’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는 이유다. 농촌 마을에 머물면서 자연 속에서의 생활과 문화를 함께 체험하는 ‘팜스테이’가 대표적이다.
팜스테이는 ‘농가(farm)에 머무는(stay) 여행’을 의미한다. 농촌에서 숙박하면서 농산물을 직접 수확하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일종의 농촌 체류형 관광이다. 인근 계곡과 강, 숲길을 따라 걷거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며 농촌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해외에선 보편화된 팜스테이
유럽에서 팜스테이는 이미 익숙한 여행 방식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와이너리와 농장에 머물며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 제조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에서는 목장과 농가에서 자연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농촌 관광이 활성화됐다. 국내에서도 자연 속 휴식을 원하는 수요가 늘면서 팜스테이가 새로운 여행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팜스테이는 농협중앙회가 1999년 처음 도입했다. 도시민에게는 자연과 농업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농촌에는 새로운 소득 기반을 마련한다는 ‘도농 상생’의 취지에서 시작했다. 팜스테이 참가자는 농촌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직접 구매할 수 있고, 지역 전통문화와 공동체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출범 당시 32개 마을에 불과하던 팜스테이는 현재 전국 262개 마을로 확대됐다. 강원과 경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수도권 인근에도 다수의 팜스테이 마을이 있어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러운 가족 단위 여행객도 가볍게 찾을 수 있다. 자동차로 1~2시간 거리에서 색다른 농촌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지로 제격
특히 휴양만 즐기기보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는 부모들에게도 좋은 여행 선택지다. 팜스테이 마을의 가장 큰 매력은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라 감자 캐기, 옥수수 따기, 고구마 수확, 벼 베기 등 영농 체험을 할 수 있다. 두부 만들기와 떡메치기, 한과 만들기, 김치 담그기 같은 전통 음식 체험도 인기다.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농작물을 직접 수확하며 자연을 배우고 어른들은 도시에서 잊고 지내던 여유를 되찾는다.
야외 활동도 풍성하다. 계곡과 강, 해변, 섬 등 인근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고, 물고기 잡기와 뗏목 타기, 밧줄놀이 같은 체험도 가능하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 캠프파이어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밤하늘의 별과 반딧불이를 만나는 것도 농촌 여행의 특별한 즐거움이다.
먹거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갓 수확한 옥수수와 감자, 제철 과일을 현장에서 맛볼 수 있고 지역 특산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바비큐 파티와 농촌 밥상, 정갈한 시골 아침식사는 호텔이나 리조트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팜스테이만의 매력으로 꼽힌다.
◇농협이 관리…합리적 가격과 서비스
팜스테이는 휴가철마다 문제가 되는 바가지요금 우려도 작다. 농협은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숙소도 황토 온돌 민박부터 한옥, 게스트하우스, 펜션까지 다양해 여행 목적과 인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농협은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마을만 팜스테이로 지정한다. 주민 4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하고 최소 5가구 이상의 농가가 참여해야 한다. 운영자는 농촌관광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방문객을 위한 편의시설과 체험 프로그램도 갖춰야 한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안전관리 체계 역시 필수 요건이다.
지정 이후에도 관리가 이어진다. 농협은 매년 운영 실적과 서비스 품질을 평가해 지정을 연장한다. 체험 프로그램의 수준과 숙박·식당 위생 상태, 이용객 만족도 등을 점검해 기준에 미달하면 지정을 취소한다. 운영 실적이 없거나 일부 농가만 참여하는 경우에도 자격을 유지하기 어렵다.
최근 여행의 화두는 ‘쉼’이다. 유명 관광지에서 사람에 치이고, 교통체증에 지치는 대신 자연 속에서 여유를 찾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계곡물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보내고, 직접 수확한 농산물로 식탁을 채우는 경험은 도시에서는 쉽게 하기 어렵다. 올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전국 262개 팜스테이 마을에서 색다른 추억과 진짜 휴식을 찾아 나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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