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서준(왼쪽)이 2일 LIV 골프 코리아 1라운드가 열린 잭니클라우스GC를 찾아 선수들의 플레이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
곳곳에서 셔터 소리가 터져나왔다. 골프장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치도 못했던 인기 배우 박서준(37)이 LIV골프를 관람하기 위해 인천 잭니클라우스GC를 찾았다. 갤러리들은 뜻밖의 실물 영접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기념촬영을 남기기에 바빴다.
2일 인천 연수구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린 LIV골프 코리아 1라운드. 18개 홀에서 모든 조가 동시에 시작하는 샷건 스타트 방식도, 흥겨운 음악이 모든 홀에 울려퍼지는 환경도, 세계적인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환경도 모두 낯설기만 했지만 구름 관중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202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으로 출범한 LIV골프는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 유명 골퍼들을 포섭하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50여명의 선수들이 컷 탈락 없이 3라운드 54홀을 샷건 방식으로 진행하고 기존의 정적이었던 경기장 내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상금 규모도 크게 키우며 미국프로골프(PGA)의 거센 반발을 맞이했다.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선수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 갤러리들. /사진=임성균 기자 |
모든 홀마다 신명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선수들이 샷을 할 때에도 잭니클라우스GC에는 정적이 생기지 않았다. 골프는 정통을 고수하고 보수적인 측면이 있어 일명 '고인물 스포츠'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진입장벽이 특징인데 LIV골프의 이러한 새로운 문화는 젊은 골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날 현장이 수많은 20~30대 갤러리들로 채워진 이유이기도 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저장하고 싶지만 카메라 셔터음 때문에 눈치를 봐야 하는 일도 사라졌다.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음악 소리가 이를 감춰줬고 선수들은 계속 흘러나오는 음악에도 아랑곳 않고 샷을 날렸다. 기존 국내 대회들과 달리 갤러리들에게 필드의 상당 부분이 개방돼 현장감을 느끼기에도 훨씬 좋은 환경이었다.
이날 대체 선수로 참가해 3언더파 69타로 공동 9위에 오른 김민규는 익숙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준수한 플레이를 펼쳤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경기 중 노래가 나와서 색달랐는데 평소에도 노래듣는 걸 좋아해서 즐기면서 했다"며 "걸어 다닐 때는 (노래가) 들리는데 샷 할때는 잘 안들렸고 거슬리지도 않았다. 중간 중간 걸어가면서 좋은 노래가 나오니 이벤트 같은 느낌도 있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관중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인기 외국인 선수들을 볼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쿠팡에서 홍보를 할 때부터 너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주호씨는 박지영씨와 함께 이날 갤러리로 처음 골프장을 찾았다. 잭니클라우스GC 곳곳에 위치한 각종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끽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나절을 보냈다.
생애 첫 골프 대회 관람을 위해 잭니클라우스GC를 찾은 이주호(왼쪽), 박지영씨. /사진=안호근 기자 |
박지영씨는 "골프가 상당히 정적인 스포츠라고 알고 있었는데 노래도 틀어놓고 이색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훨씬 신나고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며 "중간에 지루할 수도 있는데 참여할 수 있는 게임도 많았다"고 말했다.
분당에서 방문한 50대 주말 골퍼 임동균씨 또한 "국내 대회들도 다녀봤지만 해외 인기 스타들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재밌게 즐길 수 있어 만족했다"며 "처음엔 LIV골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었지만 막상 와서 보니 잘 정착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샷건 방식으로 진행돼 오전 11시에 시작돼 오후 4시전에 모든 일정이 종료됐다. 갤러리 입장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 있어 더욱 지루함 없이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식음과 함께 음악을 즐기며 선수들의 티샷을 지켜볼 수 있는 8번 홀(파3)은 파티홀로서 갤러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평일임에도 말그대로 구름관중이 운집했다. 황금연휴인 주말엔 더 많은 관중이 몰려들 전망이다. 더구나 최종 라운드가 진행되는 오는 4일엔 인기 가수 지드래곤, 아이브, 다이나믹듀오, 거미, 키키가 출연하는 K-팝 콘서트까지 열린다. 리브 골프가 기존의 정형화된 골프 관람에서 벗어난 새로운 문화생활로서 골프 팬들에게 새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식음과 음악을 즐기며 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시그니처 파3 8번 홀 전경. /사진=안호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