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자 인격권 중대하게 침해”…유무선 상영-다운로드 등 금지
법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의혹을 부정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 제작자들에게 상영 금지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윤찬영)는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영화 ‘첫 변론’의 김대현 감독과 단체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공동으로 피해자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2023년 11월 29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5년 7월 3일까지는 연 5%, 이후 완제일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붙여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영화 ‘첫 변론’의 유·무선 상영과 스트리밍, 다운로드 서비스 제공은 물론, 이를 위한 광고 집행도 모두 금지됐다. DVD, 비디오 CD, 카세트테이프 등의 방식으로 제작·판매·배포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 행위 1회당 2000만 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한다.재판부는 영화에 대해 “피해자가 여성단체나 변호인의 영향을 받아 왜곡된 기억으로 고인을 허위로 고소했고, 그 결과 고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비난을 담고 있다”며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피고 측은 영화가 국민적 관심사였던 사건을 다룬 공익적 표현이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공공의 이익보다는 고인의 가해 사실을 축소·부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첫 변론’은 박 전 시장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의 저서 ‘비극의 탄생’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해당 도서와 영화는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을 문제 삼는 등의 내용으로 2차 가해 논란을 불렀다.이 영화는 앞서 2023년 9월 20일에도 서울시와 피해자 측의 신청에 따라 법원에서 상영·판매·배포 금지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영화의 주요 내용이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은 국가인권위원회와 행정법원의 판단으로도 반복적으로 인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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