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한 경제 상황에 놓여 있는 나라를 꼽으라면 인도네시아가 빠지지 않는다. 이란 전쟁과 달러 강세로 신흥국 전반에 걸쳐 자금 이탈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정책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유독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취임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동 무상급식 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냈다. 국부펀드 다난타라를 앞세워 국영기업 자산을 끌어모으고 외국계 은행들에 대출 참여를 사실상 압박하며 재원을 마련했다. 재정 전문가로 신뢰받던 재무장관을 전격 경질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행보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더욱 신뢰를 잃었다.
시장은 냉정했고, 결과는 혹독했다. 인도네시아의 올해 1분기 재정적자는 이미 GDP의 0.93%로 지난해 같은 기간(0.41%)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인도네시아 통화(루피아) 가치는 올해에만 8%가량 하락하며 1998년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선 사상 최저치에 다다랐고, 자카르타 증시 시가총액은 3700억달러가 증발했다. 5월에는 6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 적자를 기록했고, 물가상승률도 3.34%로 오르면서 중앙은행 목표치 상단에 근접했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뒤늦게 기준금리를 25bp 깜짝 인상했지만 물가와 환율 잡기는 요원해 보인다. 글로벌 은행들은 현지 유보 이익까지 본사로 회수하기 시작했다. 프라보워 정부가 대규모 복지와 투자 확대를 내세우는 동안, 투자자들은 성장보다 지속 가능성을 물은 것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가 무너지는 동안 한국 원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원화 가치는 이집트 파운드, 인도네시아 루피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떨어졌다.
물론 한국의 경제 상황을 인도네시아와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경제 규모와 산업 구조, 대외 신인도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한국은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과 기업 실적이 전례 없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환율이 1500원대 중반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재정 확대가 엇박자를 낸다면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대급 수출 호황도 환율과 물가를 잡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실력은 그정도 뿐이라는 얘기다. 경기가 좋을 때일수록 재정의 ‘체력관리’를 해야 한다는 교훈, 인도네시아가 보내는 경고다.
[이수민 글로벌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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