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20세 시대] 고양이의 잦은 구토, ‘단순 헤어볼 구토’로 넘기지 마세요

6 days ago 21

열이 난다고 해서 열 자체가 원인 질환이 아니듯, 고양이가 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병을 진단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왜 자꾸 위 내용물이 역류하는지 그 원인을 찾는 일이다. 고양이는 사람처럼 속이 쓰리고 메스껍다고 말하지 못한다. 심각한 내과적 질환을 안고 있어도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FM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선생님, 우리 고양이는 그루밍(털 다듬기)을 하다가 헤어볼을 자주 토해요.”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이 말처럼, 많은 보호자가 고양이의 구토를 대수롭지 않은 일상으로 여긴다. 오랫동안 고양이는 ‘‘헤어볼을 자주 토해내는 게 숙명인 동물’’로 여겨져 왔다. 매일 스스로 털을 다듬는 그루밍이 고양이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듯, 헤어볼 구토 역시 보호자들에게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풍경이 되어버린 탓이다. 하지만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헤어볼 구토’의 진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고양이는 하루의 상당 부분을 그루밍에 쓰기 때문에 털을 삼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이 빈번한 구토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고양이들의 그루밍 습관이나 털을 빗어주는 주기에 따라 개별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단모종(털이 짧은 품종) 고양이는 원칙적으로 연 1~2회 이하로 거의 토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며, 장모종(털이 긴 품종)의 경우에도 월 1~2회 정도를 초과한다면 병리적 상태(질병으로 인한 이상 상태)를 의심해야 한다. 정작 진료실에서 보호자가 찍어온 구토물 사진이나 영상을 확인해 보면, 털이 거의 보이지 않거나 소량만 섞여 있을 뿐 오히려 소화되지 않은 사료나 맑은 위액, 노란 담즙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헤어볼’이라는 단어가 만성 질환을 가리는 방패막이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보호자가 놓치기 쉬운 미세한 ‘위험 신호’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아픔과 통증을 철저히 숨기는 동물이다. 눈에 띄게 밥을 안 먹거나 쓰러지기 전까지는 보호자가 평소와 다름없다고 착각하기 쉽다. 따라서 구토 횟수 외에도 다음과 같은 미세한 변화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오심(메스꺼움)을 나타내는 행동=밥그릇 앞으로 다가오지만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리거나, 평소와 다르게 입맛을 과도하게 쩝쩝 다시고 침을 삼키는 행동은 수의학적으로 심한 오심을 느끼고 있다는 전형적인 징후다. △웅크린 자세와 복통의 징후=네 발을 모으고 배를 바닥에서 살짝 띄운 채 잔뜩 경직되어 웅크린 자세를 유지한다면 만성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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