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패션·뷰티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공간 전략을 바꾸고 있다. 과거 성수동 팝업스토어가 신제품을 알리고 바이럴을 만드는 ‘화제성의 무대’였다면, 최근에는 한남동을 브랜드 철학과 취향을 보여주는 상설 거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기간 방문객을 모으는 데 그치는 팝업을 넘어, 고객과의 연속적인 접점을 만드는 데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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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클로스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사진=몽클로스) |
2일 업계에 따르면 K뷰티 브랜드 ‘몽클로스’는 2023년 성수에 처음 선보인 플래그십을 지난해 4월 한남동으로 옮겼다. 현재 성수에서는 무신사 메가스토어에 입점해 있다. 성수가 브랜드를 알리는 무대였다면,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철학과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브랜드의 설명이다.
이 전략은 성과로 나타났다. 몽클로스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남동 K뷰티 필수 코스’중 하나로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의 92%가 외국인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골든위크 기간(4월 29일~5월 6일) 플래그십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 공간에서 경험과 스토리를 소비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마련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몽클로스 한남은 △메인 테이블 존 △헤어·바디 테스트 존 △홈 프래그런스 존 △키링 존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커스터마이징 키링을 더한 핸드크림과 립 세럼, 선크림 제작 프로그램이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몽클로스 관계자는 “커스터마이징 키링을 결합한 PDRN 수분 선크림과 핸드크림·립세럼, 향 중심의 헤어 케어 제품 등이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며 “구매 고객의 80%가 나만의 이니셜을 새기는 ‘커스터마이징 키링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예 한남동에서 플래그십 규모를 키우는 경우도 있다.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는 지난 5월 레코드숍, 카페, 전시, 리빙 콘텐츠를 층별로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를 열었다. 앞서 이 브랜드는 2020년 한남동에 플래그십을 연 뒤 인접 지역에 매장과 키즈 라인 ‘레쁘띠’ 등을 잇따라 출점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 안에서 머물고 이동하는 동선을 구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성수가 브랜드를 발견하고 검증하며 확산시키는 공간이라면, 한남동은 브랜드와 소비자가 관계를 맺고 팬덤을 키우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팝업스토어 데이터 플랫폼 ‘스위트스팟’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3077건 중 33.58%가 성동구에 집중됐다. 다만 7일 이내의 단기 팝업 비중은 12%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브랜드들의 공간 전략은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을 선점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와 얼마나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면서 “팝업의 홍수 속에 일시적인 화제성을 만들기보다 브랜드 철학을 경험하게 하는 상설 공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매장을 둘러싼 주변 상권도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일정 수준 브랜드력을 갖췄거나 비용 여력을 가진 경우 한남동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남·이태원의 공실률은 전분기 대비 0.4%p 하락한 7.6%를 기록했다. 반면 성수의 공실률은 3.7%로 1.2%p 상승했다. 성수는 서울 6대 상권(명동·강남·홍대·한남 이태원·청담·성수) 중 가장 낮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규 브랜드 입점 준비와 일부 공간 재편에 따라 공실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연구원은 “성수가 다양한 팝업이 모여있는 상권이자 광고, 마케팅 차원으로 접근하는 지역이라면, 한남은 한남·이태원 상권은 신명품·신진 디자이너·뷰티 브랜드의 쇼룸이 밀집한 고감도 소비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어 브랜드를 깊이 있게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진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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