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리프가 만든 주얼리 스쿨, 북촌에 상륙한 이유 [민은미의 명품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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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꼴 주얼리 스쿨 아시아퍼시픽 지사장 올리비에 세구라(Olivier Segura)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레꼴 주얼리 스쿨 아시아퍼시픽 지사장 올리비에 세구라(Olivier Segura)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레꼴 주얼리 스쿨(L’ECOLE, School of Jewelry Arts)이 6월 25일부터 7월 15일까지 서울 북촌에 첫 캠퍼스를 개설한다. 레꼴은 프랑스 하이 주얼리 & 워치 메이킹 메종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의 후원으로 2012년 설립된 교육 기관이다. 설립 후 대중에게 주얼리 문화의 정수를 소개해 왔다.

이번 스쿨에서는 ‘하이 주얼리에서의 구아슈 1: 빛’, ‘루이 14세부터 아르 데코 시대까지 이어지는 주얼리 역사’, ‘루비, 불꽃처럼 강렬한 젬스톤’ 등 18개의 유료 강의를 포함해 총 102개의 세션과 워크숍, 4개의 전문가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에메랄드 정원> 무료 전시가 열린다.

한국에 뿌리를 내리는 레꼴의 행보는 주얼리 문화와 예술의 관점 외에 산업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첫 서울 캠퍼스 개설을 앞둔 레꼴 주얼리 스쿨 아시아퍼시픽 지사장 올리비에 세구라(Olivier Segura)와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반클리프가 만든 주얼리 스쿨, 북촌에 상륙한 이유 [민은미의 명품 스토리텔러]

▶ 레꼴 주얼리 스쿨을 소개한다면.

“레꼴 주얼리 스쿨은 전문 주얼러를 양성하는 직업 학교가 아닌, 주얼리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는 열린 교육을 지향한다. 일반 대중이 주얼리 예술을 다양한 측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 반클리프 아펠의 비전이다. 주얼리의 역사, 젬스톤의 세계, 그리고 메종의 노하우라는 세 가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레꼴 주얼리 스쿨의 교육은 무엇이 다른가.

“레꼴은 몰입형 체험 교육을 추구한다.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 대신 학생들은 직접 도구를 다루고, 재료를 만져보며, 전문가들과 함께 역사적인 주얼리 작품을 연구한다. 모든 사람이 강의실 수업을 선호하지 않는 점을 반영하여 공개 강연 및 기획 전시와 같은 다양한 방식을 제공한다.”

▶ 이번 프로그램 예약이 빠르게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뜨거운 반응에 매우 놀랐다. 과거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한 경험이 있어 주얼리 문화에 대한 한국의 뜨거운 열정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빠르게 예약이 마감되는 걸 지켜보며 그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반클리프 아펠 네크리스> 1971년, 두 개의 브레이슬릿으로 변형 가능한 디자인과 탈부착 가능한 펜던트 클립. 베굼 살리마 아가 칸이 소장했던 작품이다. 반클리프 아펠 컬렉션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반클리프 아펠 네크리스> 1971년, 두 개의 브레이슬릿으로 변형 가능한 디자인과 탈부착 가능한 펜던트 클립. 베굼 살리마 아가 칸이 소장했던 작품이다. 반클리프 아펠 컬렉션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이 주얼리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전문성이 하나로 어우러진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금이나 젬스톤의 가치에 주목하기 쉽지만, 하이 주얼리의 진정한 가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노하우에 있다. 하나의 작품은 디자인과 주얼리 모형 제작을 시작으로 원석 커팅, 세팅, 최종 폴리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문가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창작이란 결코 무(無)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적 유산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주얼리 세공 장인들과 함께 이어온 전통을 조명하고자 한다. 교육 과정과 전시를 통해 메종의 노하우, 풍부한 미술사, 그리고 젬스톤의 자연과학적 측면이라는 세 가지 관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오스트리아산 에메랄드 원석> 에메랄드는 베릴(Beryl) 광물에서 생성되는 녹색 보석이다. Sam Yung Leung Yuen Collection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오스트리아산 에메랄드 원석> 에메랄드는 베릴(Beryl) 광물에서 생성되는 녹색 보석이다. Sam Yung Leung Yuen Collection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 에메랄드 전시가 열리는데 대중에게 에메랄드는 ‘녹색 보석’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보석학자이자 지질학자의 관점에서 에메랄드는 어떤 특징을 가진 보석인가.

“레꼴의 전시를 기획할 때 세계의 공통된 언어로 다가갈 수 있는 젬스톤을 찾으려 했다. 그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바로 에메랄드였다. 에메랄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젬스톤이자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채굴하고 사랑해 온 보석 중 하나다.

강렬한 그린 컬러 덕분에 감성적 상징성이 매우 풍부하다. 미술사적으로 그린 컬러는 희망, 자연, 권력, 종교적 권위를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므로 에메랄드는 다양한 관점에서 주얼리를 탐구할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주제다. 이번 스쿨에서는 메종의 전문적 가공 기술과 노하우를 소개하게 될 것이다. 유명한 ‘에메랄드 컷’ 역시 이 보석의 이름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젬스톤의 관점에서는 베릴(Beryl) 계열을 소개하면서 에메랄드가 형성되는 데 필요한 희귀하고 복잡한 자연조건도 보여줄 것이다.”

<스네이크 뱅글> 1850년경, 페르버 컬렉션 © K. Faerber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스네이크 뱅글> 1850년경, 페르버 컬렉션 © K. Faerber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 <에메랄드 정원>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정원(Garden)’은 무엇인가.

“에메랄드의 매력은 고유한 컬러에서 시작된다. ‘블루’가 하늘색부터 진한 남색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연상시키는 반면, ‘에메랄드그린’은 명확하고 통일된 이미지다. 결정 광물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라 할 수 있다. 다른 어떤 젬스톤도 에메랄드만의 고유한 색채 정체성을 그대로 구현하지는 못한다.

컬러만큼이나 에메랄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자르댕(Jardin, 프랑스어로 정원)'이라고 불리는 내포물이다. 일반적으로 보석 시장에서는 투명하고 흠 없는 상태가 이상적이지만, 에메랄드는 복잡한 자연환경 속에서 형성되기에 완벽하게 무결점인 개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 내포물은 에메랄드가 자연에서 겪어온 여정의 고유한 흔적이자 서명으로 여겨진다.

특히 하이 주얼리 메종에게 이 내부 '자르댕'의 품질과 패턴이 매우 중요하다. 이상적인 자르댕은 섬세하고 균일하게 분포되어 스톤의 아름다움을 압도하지 않으면서 빛과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주얼리 업계에서는 이를 수정 속의 '물' 또는 '생명'이라 부른다. 자르댕 덕분에 에메랄드는 정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마치 내부에 살아있는 풍경이 펼쳐진 듯한 생동감을 선사하며, 보는 이의 시선을 깊이 끌어당긴다. 이런 서정적이고 독특한 미학은 오직 에메랄드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 에메랄드 주얼리 가운데 인상 깊은 작품을 소개한다면.

“개인적으로 '바로다 네크리스(Baroda Necklace)'를 꼽고 싶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사용된 에메랄드들은 높은 투명도보다 풍부한 내포물을 지니고 있지만, 주얼리 세공 장인들이 적용한 희귀한 멜론 컷(Melon Cut, 멜론의 골을 닮은 세로 홈을 보석 표면에 새긴 컷) 덕분에 이 내포물들이 마치 살아있는 식물처럼 유기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모든 스톤의 색조가 완벽하게 어우러지고, 컷과 내포물의 패턴까지 조화를 이루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바로다 네크리스는 이 모든 요소가 하나의 작품 안에서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앙굴렘 공작부인의 디아뎀> 19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왕실 보석 가운데 하나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딸인 앙굴렘 공작부인 마리 테레즈(Marie-Thérèse)의 소장품으로 알려져 있다. © RMN-Grand Palais(루브르 박물관) / Jean-Gilles Berizzi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앙굴렘 공작부인의 디아뎀> 19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왕실 보석 가운데 하나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딸인 앙굴렘 공작부인 마리 테레즈(Marie-Thérèse)의 소장품으로 알려져 있다. © RMN-Grand Palais(루브르 박물관) / Jean-Gilles Berizzi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 보석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소비자들의 주얼리 및 컬러 스톤 선호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

“진정 아름다운 것은 국경을 초월한다고 믿는다. 물론 국가마다 유행하는 보석이나 색상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하이 주얼리와 젬스톤을 선별하는 영역에서는 그 차이가 놀라울 만큼 희미해진다. 완벽한 색과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닌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루비는 지역적 취향을 넘어 인간의 감성을 움직인다. 뛰어난 젬스톤, 즉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보물은 어느 나라에서든 같은 감탄과 경외를 이끌어낸다.”

‘레꼴 주얼리 스쿨’이 서울에 첫 캠퍼스를 개설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에메랄드 정원> 전시를 연다.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레꼴 주얼리 스쿨’이 서울에 첫 캠퍼스를 개설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에메랄드 정원> 전시를 연다. / 사진제공. 반클리프 아펠

▶ 한국에서 인상 깊었던 장소나 문화적 경험은.

“첫 번째는 서울의 한옥 마을이다. 서울 캠퍼스가 위치한 푸투라서울 주변과 인근의 오래된 골목길을 걸을 때면,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서울만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는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이곳의 소장품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컬렉션 가운데 하나다. 특히 한국 전통 도자기의 정교한 아름다움과 장인 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신라 금관을 비롯한 신라의 금세공 유물들은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이는 레꼴 주얼리 스쿨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레꼴은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접근 방식을 추구한다. 한국의 주얼리 역사는 이야기와 기술적 노하우 모두에서 매우 풍부하며 앞으로 더욱 깊이 연구하고 싶은 분야이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한국의 이야기를 <신라시대의 젬스톤, 유리, 그리고 금속공예>(7월 6일), <골드와 세공 기술: 켈트 공예에서 한국의 유물까지>(7월 14일)처럼 레꼴 주얼리 스쿨 프로그램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 향후 계획은.

“현재 홍콩과 상하이, 두 곳에 상설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레꼴의 사명은 특정 장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넘어 더 많은 대중과 만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중국, 호주, 대만, 한국 등 아시아퍼시픽 전역으로 순회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고의 젬스톤이 언어와 국경을 초월하듯, 주얼리 문화 또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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