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 발레단 주역 맡다
결혼·육아로 발레리나 관둬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일
다시 시작할 용기 얻기를”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와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주역을 지낸 발레리나 윤혜진이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선다. 윤혜진이 무대에서 발레를 선보이는 건 국립현대무용단의 ‘춤이 말하다 2015’ 이후 11년 만이다.
강동문화재단은 오는 8월 8일 ‘를르베: 다시, 무대 위로’을 개최하고 ‘최태지의 발레 오픈 리허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다. 를르베(Relevé)는 프랑스어로 ‘높이다’라는 뜻으로, 발레에서 발바닥을 바닥에서 떼어 발가락이나 앞꿈치로 몸을 지탱하고 일어서는 동작이다.
공연은 윤혜진의 발레 인생뿐 아니라 갑작스레 찾아온 출산과 결혼, 그리고 무대를 떠난 이후의 삶까지 함께 담아낸다. 윤혜진은 2013년 배우 엄태웅과 결혼하며 발레단을 떠나 육아와 쇼핑몰 운영, 방송 출연 등으로 여러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윤혜진은 내레이션과 토크쇼를 비롯해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작품 ‘도베 라 루나’를 23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이 작품은 단순히 젊은 시절의 윤혜진을 보여주려는 공연은 아니다”라며 “지금의 나,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감정을 춤으로 전달하고 싶다. 누군가 이 공연을 보고 자신이 사랑했던 일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시리즈를 만들어 낸 일등공신으로는 단연 국립발레단장을 지낸 최태지 예술감독이 꼽힌다. 윤혜진은 “여러 공연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이번 작품 역시 고사할 생각이었으나 최 감독의 부탁으로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됐다. 그는 “단장님은 단순한 선배나 예술감독이 아니라 국립발레단 시절부터 제 발레 인생을 함께한 특별한 존재”라며 “지금도 저를 무용수로 바라봐 주신다는 사실이 감사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번 공연은 완성된 결과보다 그 뒤에 숨은 시간과 삶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관객들이 예술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11월 무대는 안무가 차진엽이 이어받는다. 최근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그는 대표작 ‘원형하는 몸’ 시리즈를 중심으로 몸과 존재에 대한 탐구 과정을 관객과 공유할 예정이다.
차진엽 역시 어린 시절 윤혜진과 함께 발레를 배웠고, 최태지 전 단장을 스승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발레리나가 꿈이었지만 고등학교 때 현대무용을 접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발레와 현대무용은 다른 장르가 아니라 같은 몸에서 출발한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또한 자신의 예술적 출발점인 발레를 다시 돌아보게 될 예정이다. 차진엽은 “저에게는 뿌리를 추적하는 시간 같다”며 “발레에서 출발해 현대무용으로 왔고, 다시 몸이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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