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섬에 갇혔어요" 발신번호 조작한 장난전화에 경찰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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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는 지난달 25일 ‘죽으려고 서강대교에서 뛰어내렸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밤섬에 갇혀 있다’는 신고를 받아 최우선 출동 지령인 ‘코드1’을 발령했다. 지구대는 물론 한강경찰대·119구조대가 나서 드론을 동원해 밤섬 일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이튿날 경찰은 수색 인력을 27명으로 늘렸고 8인승 순찰정 보트 3대를 동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고자를 찾을 수 없었고 경찰은 결국 ‘허위·장난 신고’로 사건을 종결했다.

"밤섬에 갇혔어요" 발신번호 조작한 장난전화에 경찰 '분통'

경찰 및 소방에 대한 허위·장난 신고가 도를 넘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112 허위 신고는 2023년 5155건 발생해 2020년(4063건)보다 약 27% 늘었다. 지난해 9월까지 이미 4162건이 접수돼 경찰은 전년도 수치를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112에 장난 전화를 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112신고처리법이 작년 7월부터 시행됐지만 여전히 허위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장난 수법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밤섬 신고가 ‘발신번호 변작’ 앱을 이용한 거짓 신고로 의심하고 있다. 신고 당시 표시된 발신번호가 해외에서 사용하는 번호였기 때문이다. 현재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는 약 7900~1만3000원(7일 사용 기준)만 부담하면 발신번호를 국제번호로 조작할 수 있는 앱이 판매되고 있다. 영등포서 관계자는 “성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신고자가 112가 아니라 여의도지구대 내선 번호로 신고한 점도 수상했지만 인명과 직결된 사건이어서 출동을 안 하기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통신 3사에 공문을 보내 해당 번호의 소유자, 위치 정보 제공 등을 요청했다. 그러나 “추적 불가능”이란 답을 받았다. 그렇게 허위 신고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사건은 종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력이 황당한 신고에 투입되는 동안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굳이 유료 앱을 결제해가면서까지 장난 신고를 일삼는 이유가 무엇일까.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거짓 신고는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나 무시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허위 신고로 인한 경찰력 낭비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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