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미디어아트페스티벌 첫 개최…그의 우주가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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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미디어아트페스티벌 첫 개최…그의 우주가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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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서 20일까지
행성으로 확장된 백남준 세계
동양철학 품은 우주관 구현
5m 대형 설치작 국내 첫선
‘달들’서 젊은 작가와 공명
생일굿으로 예술정신 이어

백남준의 ‘버추얼 비너스로 향하는 우주선’(1991)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의 ‘버추얼 비너스로 향하는 우주선’(1991) <백남준아트센터>

“우리는 백남준을 기념하는 게 아니라 백남준을 작동시킨다”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예술적 유산을 오늘날의 관점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축제의 장이 열린다.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 별세 20주기를 맞아 20일까지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을 개최한다. 거장을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퍼포먼스·학술 행사·기술 시연 워크숍·대중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그의 예술을 현재 진행형으로 작동시키는 것을 지향한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백남준 예술세계의 완숙기로 평가받는 1990년대 초반 작업을 중심으로 전시가 펼쳐진다. 백남준은 1980년대에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위성 3부작을 완성한 후, 1990년대에 들어 지구적 소통을 넘어 더 넓은 우주와 천체의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했다.

이 시기 작가가 탐구한 우주관의 기저에는 동양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작가는 서구의 미학과 첨단 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한편, 선불교와 주역, 유교 사상을 작품 세계에 녹여냈다. 우주를 고정된 질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하는 존재로 바라본 그는 비디오 아트를 활용해 이를 시각화했다.

백남준의 ‘시리우스’(1990)

백남준의 ‘시리우스’(1990)

기획전 ‘별, 괘卦’에서는 동양 철학을 바탕으로 한 백남준의 우주관을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높이가 5m에 달하는 대형 설치작 ‘버추얼 비너스로 향하는 우주선’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TV 모니터 36대와 화려한 네온, 알루미늄 구조물에 19세기 석조 불두가 결합한 작품이다. 그의 대표 행성 조각인 ‘비너스’와 ‘시리우스’도 한자리에 전시돼 완숙기 백남준의 조형 세계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백남준의 ‘달은 가장 오래된 TV’

백남준의 ‘달은 가장 오래된 TV’

동시 개최되는 또 다른 전시 ‘달들’은 백남준의 상상력이 동시대 미술가들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조명한다. 전시는 백남준의 대표작 ‘달은 가장 오래된 TV’, ‘해왕성’, ‘거북’과 이와 공명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나란히 배치했다. 전시는 동양적 사유에 기반한 백남준의 미디어 철학을 기획 전반에 반영했다. 백남준은 과거 ‘달은 가장 오래된 TV’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달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동양의 나라, 한국 출신이다. 오랫동안 약 5만년 동안 달은 사람들이 소유했던 유일한 텔레비전이었다. 어두워진 뒤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달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을 바라봤다. 나는 이제 텔레비전으로 달을 창조해 보려고 한다.”

이지연의 ‘얼룩무지개숲 7-1’(2026) <백남준아트센터>

이지연의 ‘얼룩무지개숲 7-1’(2026)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장에는 동시대 작가들이 우주를 주제로 선보인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이지연은 반도체 공정용 나노웨이퍼 원판 필름을 이용해 신비롭게 빛나는 달을 시각화했다. 우주여행자 언해피는 자신이 집필 중인 SF소설을 바탕으로 지구인의 우주 여행기를 미디어아트로 풀어낸다.

우주여행자 언해피의 ‘센타우루스자리 팔의 가장 자리에 서서’(2026) <백남준아트센터>

우주여행자 언해피의 ‘센타우루스자리 팔의 가장 자리에 서서’(2026)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의 굿 퍼포먼스를 오마주한 ‘백남준 생일굿’도 열린다. 백남준은 1990년 7월 20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앞에서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며 선보인 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 서울에서 부다페스트까지’를 벌인 바 있다. 백남준의 생일이기도 한 오는 20일 국가무형유산 동해안별신굿 이수자 방지원은15명의 굿패들과 함께 8시간 동안 퍼포먼스를 벌인다.

이들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있는 백남준의 작품 ‘다다익선’ 앞에서 출발해 백남준아트센터로 이동하며 굿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36년 전 백남준의 실제 굿 퍼포먼스 현장에 직접 섰던 동해안별신굿 전승교육사인 김영숙도 함께 한다.

임용주 퓨처사운드랩 <백남준아트센터>

임용주 퓨처사운드랩 <백남준아트센터>

페스티벌 개막일인 이날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음악 프로젝트 팀 ‘임용주 퓨처사운드랩’은 전통악기와 현대적 전자음향이 어우러지는 라이브 연주를 선보이며 축제의 분위기를 띄웠다.

페스티벌 총감독을 맡은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은 기술의 미래를 예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문화와 매체가 만나 어떤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질문했던 예술가”라며 “그가 남긴 예술정신을 동시대에 살아 숨 쉬게 하고 더 많은 예술가가 협업하며 즐기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백남준을 우리 곁에 영원히 살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획전 ‘달들’은 오는 10월 4일까지. ‘별, 괘卦’는 내년 2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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