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이 꿈꾼 문화국가와 세계평화의 비전[기고/도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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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환 전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실장 매년 8월 15일, 동아시아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기억을 마주한다. 한국에서 8·15는 식민지배의 사슬을 끊어내고 주권과 인간의 존엄을 회복한 광복의 날이다. 반면 일본에서 8·15는 전쟁의 종결과 전후 국가의 출발을 기억하는 종전의 날이다. 하나의 날짜에 교차하는 서로 다른 기억은 동아시아 현대사가 여전히 풀어야 할 역사적 과제와 미래를 향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역사는 서로 다른 기억의 확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과거의 진실을 직시하고, 그 성찰을 미래를 향한 가치와 책임으로 확장할 때 비로소 새로운 평화의 길이 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어떻게 공동의 미래로 전환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다시 백범 김구 선생과 만난다. 2026년은 유네스코가 공식 지정한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의 해’이다. 백범에게 독립은 최종 목적이 아니었다. 그는 독립 이후 한국이 어떠한 국가가 되어야 하며, 세계와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러한 백범의 사상과 비전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그의 독립운동과 문화국가 구상이 한 국가의 역사적 기억을 넘어, 인류가 함께 계승해야 할 평화와 문화의 보편적 가치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민지 현실 속에서도 백범이 바라본 미래는 국권 회복을 넘어 새로운 국가의 이상을 향하고 있었다. 그가 꿈꾼 나라는 힘으로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국가가 아니라, 높은 문화의 힘으로 세계의 존중을 받고 다른 나라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국가였다. 백범은 자서전 ‘백범일지’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진정한 힘을 물질적 풍요나 군사적 우위만이 아니라 문화와 정신적 가치에서 찾았다. 백범이 말한 문화의 힘은 단순한 예술과 학문의 발전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는 정신과 공동체의 도덕적 책임, 그리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국가의 품격을 뜻했다. 따라서 백범의 문화국가론은 한 시대의 독립운동가가 제시한 국가 구상을 넘어, 문화의 힘으로 인간의 존엄과 세계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 사상이었다. 두 개의 8·15가 존재하는 현실은 서로 다른 역사적 기억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 경험을 성찰하고, 이를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범이 꿈꾼 문화국가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가치의 원천이다. 문화는 인간의 존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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