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떠나는 머스크 “美 가장 위대한 정권”… 트럼프 “감사”

1 day ago 7

‘마가 모자’ 겹쳐 쓰고 내각회의 참석
“함께 일해 영광” 사임 인사에 박수
테슬라 판매 급감에 조기 퇴진 수순
“이사회, 후임 CEO 물색” 보도 부인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DOGE’가 새겨진 검은색 모자 위에 ‘미국만’이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겹쳐 쓴 채 웃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DOGE’가 새겨진 검은색 모자 위에 ‘미국만’이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겹쳐 쓴 채 웃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호 친구(First buddy)’로 불리며 미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주도해 온 일론 머스크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규정에 따르면 DOGE 수장은 특별 공무원 신분으로 정부에서 365일 중 최대 130일만 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DOGE 수장으로서 머스크의 임기는 이달 30일 종료된다.

하지만 무리한 구조조정과 월권 행위 등으로 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테슬라 판매가 급감하고 주가가 폭락한 것이 임기를 한 달 남겨 놓은 상황에서 미리 ‘사임 의사’를 밝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머스크 리스크’가 커지면서 테슬라 이사회가 그를 대신할 CEO 후보군까지 물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 ‘마가 모자’ 두 겹 쓰고 사임 인사

폭스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해 “그동안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정식으로 사임 인사를 전했다. 당시 그는 ‘DOGE’가 새겨진 검은 모자 위에 ‘미국만(GULF OF AMERICA)’이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겹쳐 썼다. 또 “미국 국민들은 안전한 국경, 안전한 도시, 그리고 합리적 지출을 위해 투표했고 첫 100일 동안 엄청난 성과가 이뤄졌다”며 “이 정권이 미국 건국 이래 가장 위대한 정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도움에 우리 모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그는 정말 많은 것을 희생했고,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당신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눈을 뜨게 해 줬다”고 치켜세웠다. 머스크가 연방정부에 대해 기업식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조직 축소, 인력 감축, 프로젝트 종료 등 각종 비용 절감을 추진한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회의에 참석한 각료들이 머스크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기간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2기 행정부의 ‘스타’로 떠올랐다. 민간 기업인 신분임에도 특별 공무원으로 채용됐고, 백악관에서 일하며 월권 논란을 빚었다. 최근에는 ‘경제 사령탑’ 격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백악관에서 공개적으로 심한 욕설을 주고받으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테슬라 순이익 71% 추락, 조직적 불매운동 발생 최근 테슬라의 경영 악화가 심각해지면서 머스크는 백악관에 머무는 시간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올 1분기(1∼3월) 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71%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의 공무원 대량 해고 등 급격한 구조조정 추진, 나치식 인사 등 극우 논란이 맞물려 테슬라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반(反)머스크 운동’이 조직적으로 벌어지며 불매 운동과 차량 테러, 판매점 공격이 잇따랐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미 산 테슬라가 부끄럽지만 팔 방법이 없다”며 테슬라의 T자 엠블럼을 차에서 떼 내거나, ‘난 일론이 미치기 전 이 차를 샀다(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와 머스크에 대해 반감이 확산되면서 유럽, 캐나다 등 글로벌 시장 매출도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1조5000억 달러(약 2144조 원)까지 올랐던 테슬라 시가총액은 최근 약 9000억 달러까지 추락했다.

이처럼 테슬라의 어려움이 커지자 지난달 22일 콘퍼런스콜에서 머스크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다음 달부터 테슬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의 후임자를 찾는 데 진지하게 나섰다”고 전했다. WSJ는 “약 한 달 전 이사회는 테슬라의 차기 CEO를 물색하기 위해 주요 헤드헌팅 회사에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최고위직에 변화가 생긴다면 테슬라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WSJ의 보도 뒤 테슬라는 로빈 덴홈 이사회 의장 명의의 성명을 X에 올려 “이는 완전히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머스크 역시 “WSJ가 의도적으로 허위 기사를 게재했다”고 주장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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