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최공석 “무대 위보다 아래의 시간이 성악가 실력을 결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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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글로리아 오페라단 <사랑의 묘약> 둘까마라 역 출연
이탈리아, 프랑스, 영미권 작품 등 다양한 언어 작품 소화
국내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중인 '오페라 전문 가수'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에 티무르 역으로 출연한 최공석 / 최공석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에 티무르 역으로 출연한 최공석 / 최공석 제공.

"매번 작품과 역할이 바뀔 때마다 그 역에 맞는 몸을 만들고 소리를 다시 바꾸곤 합니다."

베이스 최공석(45)은 최근 한국 오페라계에서 보기 드문 '직업 오페라 가수'다.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오페라단 등 국내 양대 오페라단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 뿐 아니라, 국내 대표 민간 오페라단인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정기 오페라까지 섭렵하며 활동의 폭을 넓힌다. 오는 6월 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열리는 <사랑의 묘약>에서 둘까마라 역을 노래한다.

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에 메피스토펠레 역으로 출연한 최공석 / 최공석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에 메피스토펠레 역으로 출연한 최공석 / 최공석 제공.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최공석은 "한국에서 직업 오페라가수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성악가에게 오페라 무대는 직장이라기보다 삶의 전부에 가깝다"고 했다. 올해 서울시오페라단의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와 국립오페라단의 마스네 오페라 <베르테르>, 브리튼의 <피터 그라임스>까지 서로 다른 스타일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 중인 최공석은 여러 작품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비법으로 '집중력'을 꼽았다.

그는 남들은 일년에 한 편 하기도 힘든 대극장 오페라 무대에 꾸준히 설 수 있는 비법에 대한 질문에 "체력 관리보다도 작품과 캐릭터마다 언어와 음악, 캐릭터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공연 하나가 끝나면 바로 다음 작품의 몸과 소리로 나 자신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오페라단의 <세비야의 이발사>에 출연한 베이스 최공석 / 최공석 제공.

국립오페라단의 <세비야의 이발사>에 출연한 베이스 최공석 / 최공석 제공.

"언제 자고 무엇을 먹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까지 결국 무대와 연결됩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몇 시간보다 그 무대를 준비하는 평소의 시간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영국왕립음악원과 독일 쾰른국립음대에서 수학했다. 이후 독일 뤼벡 극장 오펀스튜디오와 브라운슈바이크 주립극장에서 객원 솔리스트 등으로 활동하며 유럽 극장 시스템을 경험했다. 그는 영국에서 다양한 음악과 영어를 함께 공부한 경험과 독일에서 겪었던 강도 높은 오페라 극장 생활이 지금의 무대 습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성악가에게 극장 생활 자체가 일상이 됩니다. 작품 수도 많고 공연 회전도 빠르기 때문에 가수에게 굉장히 높은 수준의 준비성과 안정감을 요구하죠. 덕분에 지금도 새로운 작품을 준비할 때 음악과 캐릭터를 빠르게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좋은 소리' 그 이상의 것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것만이 아니라, 무대 안에서 어떤 배우이자 음악가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배웠어요, "지금도 새로운 역할을 준비할때면 인물의 심리 상태와 존재감을 가장 고민합니다."

노블아트오페라단 <토스카>에 출연한 베이스 최공석 / 최공석 제공.

노블아트오페라단 <토스카>에 출연한 베이스 최공석 / 최공석 제공.

최공석의 올해 레퍼토리는 유독 폭이 넓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베르디와 도니제티, 프랑스 작곡가 마스네와 영국의 브리튼까지. 그가 출연하는 모든 작품의 언어와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그가 스왈로 역으로 출연하는 브리튼의 <피터 그라임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출연했던 작품 가운데 가장 정신적인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베르디나 도니체티는 전통적인 벨칸토 흐름 안에서 소리를 풀어낼 수 있는데 브리튼은 훨씬 심리적이고 현대적입니다. 단순히 잘 부르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음악 안에서 계속 긴장감과 불안을 유지해야 하거든요."

그는 오는 19일부터 국내 초연되는 <피터 그라임스>를 두고 "사회와 군중이 한 사람을 어떻게 몰아가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는데, 익숙해질수록 웅장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완벽한 선인이나 악인이 아니라는 점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반면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가 맡은 둘까마라 역은 특유의 유쾌함과 순발력이 중요한 부파(유쾌한) 역할이다.

"둘까마라는 코믹한 인물이지만 무대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굉장히 큰 역할입니다. 관객과 직접 호흡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단순히 웃기는 것이 아니라 리듬감과 텍스트 전달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국립오페라단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 출연한 베이스 최공석 / 최공석 제공.

국립오페라단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 출연한 베이스 최공석 / 최공석 제공.

"노래 실력은 기본 전제라고 생각합니다. 프로들끼리 모인 현장에서는 결국 함께 작업하기 수월한 사람이 필요해요."

최공석은 무대에 꾸준히 서는 성악가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 '사회성'을 꼽았다. "리허설 과정에서의 태도, 작품을 준비하는 성실함이야말로 오페라 제작자들에게 작품을 함께하고 싶은 성악가로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추계예술대 국제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공석은 평소 후배와 제자에게 가장 자주 하는 조언으로 "빨리 성공하려 하지 말라"를 들었다. "성악은 시간을 속일 수 없는 분야입니다. 목소리는 몸과 삶의 경험이 함께 쌓여야 깊어지거든요.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음악을 하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자주 합니다."

그는 "관객들에게 무대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스 최공석 / 최공석 제공.

베이스 최공석 / 최공석 제공.

"화려한 기교보다 결국 관객 마음에 남는 것은 그 인물이 정말 살아 있었다는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작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가수, 그리고 80대에도 여전히 노래하는 성악가이고 싶습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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