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장세 끝났다…AI 시대에도 결국 알파는 실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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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루더 퍼미라 PE부문 대표 인터뷰
“시장 베타 기대는 전략 아냐…알파 사고 베타 팔아야”
AI 믿음은 정점, 증명은 아직…섹터 전문성이 성과 갈라
“한국 LP,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장기 투자자 중 하나”

  • 등록 2026-06-11 오전 10:21:02

    수정 2026-06-11 오전 10:21:02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지영의 기자] "AI 시대의 승자가 반드시 AI 기업일 필요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다."

이데일리와 최근 만난 브라이언 루더(Brian Ruder) 퍼미라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대표는 다음 투자 사이클의 변화를 이같이 진단했다. AI 확산으로 기존 소프트웨어 투자 공식이 흔들리고 있지만, 앞으로의 투자 기회는 기술 자체보다 이를 사업 모델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루더 대표는 이러한 변화가 사모투자 시장 전반의 수익 창출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봤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기대 멀티플 확장을 노리던 베타 장세가 지나면서, 운용사가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직접 키우는 능력이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시장 베타에 올라타 멀티플 확장을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전략이 아니다"라며 "진짜 전략은 알파를 사고, 베타를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시장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수익에 기대기보다 운용사가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 만들어낼 수 있는 초과성과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루더 퍼미라(Permira) 사모펀드 투자부문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퍼미라의 투자 철학과 AI 시대 투자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퍼미라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16개 사무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다. 현재 사모투자와 크레딧 전략을 중심으로 약 890억유로(약 140조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기술과 서비스, 헬스케어, 소비재 등 핵심 섹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북미 양대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발굴한 뒤 기업의 해외 확장과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며 글로벌 리더로 성장시키는 트랜스애틀랜틱(Transatlantic) 투자 전략이 회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포트폴리오 기업 전반에서 AI 활용을 확대하며 이를 비용 효율화뿐 아니라 신규 매출 창출과 생산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가 흔든 투자 공식…전통산업서 새 알파 찾는다

루더 대표는 현재 AI 시장에 대해 '기대는 정점에 도달했지만 증명은 아직 제한적인 단계'라고 진단했다. AI가 산업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은 강하지만, 기업 현장에서 투자수익률(ROI)로 입증된 사례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문제는 AI 모델이 아니라 조직"이라며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고 이를 실제 운영에 통합하는 속도는 훨씬 느리다"고 말했다.

루더 대표는 AI 확산이 기존 소프트웨어 투자 공식도 흔들고 있다고 봤다. 반복 매출, 구독 모델, 높은 고객 유지율을 기반으로 한 기존 소프트웨어 프리미엄이 제품 기능과 가격 체계, 고객 락인 효과 변화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 투자 사이클에서 소프트웨어가 지난 사이클과 같은 수준의 알파를 제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기술 투자에서 물러선다는 의미는 아니다. 퍼미라는 순수 소프트웨어 기업보다 기술과 서비스, 헬스케어, 소비재 산업이 만나는 지점에서 더 큰 기회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고객 기반과 데이터, 업무 프로세스를 보유한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우위를 확대할 경우 더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퍼미라는 이러한 관점을 포트폴리오 관리에도 적용하고 있다. 2022년 챗GPT 등장 직후부터 각 포트폴리오 기업이 사업 영역별로 AI 활용 방안을 찾도록 예산과 권한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포트폴리오 기업들에서 AI 기반 신규 반복매출이 약 6억달러 규모로 발생하고 있으며 관련 매출은 연간 약 100% 성장하고 있다.

루더 대표는 "AI는 모든 산업을 바꾸겠지만 모든 기업이 그 변화의 수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승자를 가르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경영진의 역량과 조직의 실행력"이라고 말했다.

"베타 장세 끝났다"…DPI가 GP 실력 가른다

AI 투자에서도 기술 자체보다 이를 실제 매출과 생산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중요해졌듯, 사모투자 시장 전반에서도 수익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루더 대표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밸류에이션 상승에 기대던 시기에는 멀티플 확장이 수익률의 상당 부분을 뒷받침했지만, 이제는 운용사가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직접 키우는 능력이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다고 봤다.

그는 "단순히 시장 베타에 올라타 멀티플 확장을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전략이 아니다"라며 "진짜 전략은 알파를 사고, 베타를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수익의 원천은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을 개선하는 데 있다"며 "좋은 기업을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 나은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환경에서 퍼미라는 투자 건수를 줄이는 대신 개별 투자에 대한 확신 기준을 높이고 있다. 루더 대표는 "퍼미라의 투자 의사결정 방식은 상당히 의미 있게 달라졌다"며 "이전보다 투자 건수는 줄었지만 개별 투자에 대해서는 훨씬 더 높은 확신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시장 회복이나 밸류에이션 반등보다 특정 섹터에 대한 이해와 향후 5~7년간 기업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회수 전략에서도 같은 기조가 나타난다. 퍼미라의 기본 원칙은 '매수에는 신중하게, 매도에는 적극적으로'다. 시장 변동성이 높고 엑시트 환경이 녹록지 않을수록 운용사의 경쟁력은 평가이익이 아니라 실제 현금 회수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납입자본 대비 분배금 비율(DPI·투자자에게 실제로 얼마나 현금으로 돌려줬는지 보는 지표)을 운용사(GP)의 실력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봤다. 실제 퍼미라는 2025년 LP 공동투자자를 포함해 130억유로 이상을 투자자에게 반환했으며, 이 중 90억유로는 펀드에서 발생했다. 이는 연초 기준 미실현 순자산가치(NAV)의 약 22%에 해당한다는 것이 퍼미라 측의 설명이다.

루더 대표는 현재와 같은 투자 환경에 대해서도 단순한 낙관론보다 선별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빈티지는 투자 당시 가장 편안해 보이는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높았던 시기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중요한 것은 시장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업이 변화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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