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 녹음을 계획한 지 21년만에 지난달 9장으로 구성된 전집 음반을 내놓은 피아니스트 최희연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 ‘Testament’(유언, 성서)을 연다. 전집의 부제와 같은 제목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3대 소나타 30, 31, 32번과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을 연주한다. 4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희연은 그간의 곡절 많았던 사연을 공개했다.
그를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각인시킨 계기는 2002년부터 4년 동안 금호아트홀에서 이어나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였다. 이를 계기로 2004년 가을부터 3년 동안 녹음이 예정됐다. “그런데 임신 중에 문제가 생겨 아기를 위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게 됐죠. 그 얼마 뒤 녹음 프로젝트를 후원하신 분이 돌아가시면서 완전히 중단됐어요.”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수여한 ‘올해의 예술상’이 녹음의 열망에 다시 불을 붙였다. 2015년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시작했다. 2019년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녹음하고 나서야 전곡 녹음이 확정됐다. 팬데믹은 베토벤에 온전히 몰두할 기회를 주었고, 2023년 초 오랜 여정이 마무리됐다.베토벤은 개인적으로도 그에게 특별하다. “제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어머니가 너무 좋다고 누구 곡이냐고 물어보실 때는 거의 다 베토벤이었어요. 아버지와 사별하신 뒤 힘드실 때 어머니에게 용기를 준 음악이었고, 저도 베토벤의 ‘뚫고 나가는 힘’을 느꼈죠.”
그는 베토벤이 주는 힘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럽도 미국도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요. 베토벤이 주는 화합의 메시지가 이 시대에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최희연은 1999년 서울대 음대 역사상 최초로 공개오디션을 통해 교수로 임용됐고, 2023년부터 미국 피바디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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