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승강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벤처 업계가 “벤처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정부 주도의 정책자금이 일부 기업과 특정 산업에 집중되면서 벤처 생태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컴투스 이사회 의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코스닥 세그먼트·승강제 도입, 상장폐지 요건 강화, 중복상장 규제는 벤처기업의 성장 특성과 자금 조달 구조를 고려해 보다 유연하고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코스닥 상장사를 시가총액, 실적, 지배구조 등을 기준으로 프리미엄군·스탠다드군·관리군으로 구분하는 승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업계는 기업마다 업종과 성장 단계가 다른 만큼 획일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을 확보한 기업과, 당장은 적자를 보고 있지만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외형적 기준만으로 평가해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비우량기업'으로 낙인을 찍는 것은 코스닥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승강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평가 기준만이라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최근 정책자금과 투자가 일부 기업 및 산업에 집중되면서 벤처 생태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 규모는 238건, 2조178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투자 건수는 17% 감소했지만, 투자 금액은 55% 증가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지난 3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과정에서 6400억원을 조달한 영향이 컸다. 이 가운데 약 3000억원은 정책성 자금으로 알려졌다.
이주완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인공지능(AI) 분야 등에 대한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이해한다”면서도 “최근 주식시장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과 특정 섹터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정체된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성장에 도전하는 벤처·중소기업에도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연구개발(R&D)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주 52시간제 적용의 예외로 두는 등 근로시간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오는 15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공동 간담회를 열고 관련 정책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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