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4만명 시대 눈앞…합격자 수 놓고 변협-로스쿨 또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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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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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정부과천청사 앞에 자퇴서를 쌓아놓고 집회를 열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두고 대한변호사협회는 “1000명이면 충분하다”, 로스쿨 측은 “2000명은 보장해야 한다”며 정면충돌했다.

그로부터 16년이 흘렀다. 논란은 끝나기는커녕 더 깊어졌다. 이달 말 변호사시험 올해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변호사단체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다시 각자의 근거자료를 들고 정면충돌했다.

◇변호사 97% “합격자 줄여야”

변호사 4만명 시대 눈앞…합격자 수 놓고 변협-로스쿨 또 충돌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2009년 1만여 명이던 국내 변호사는 올해 3만8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로스쿨을 통해 매년 1500~1700여 명의 법조인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2025년 1744명의 신규 변호사가 나왔다. 올해도 비슷한 인원이 합격하면 변호사 4만 명 시대가 조만간 열릴 전망이다.

현재 법률시장이 포화됐는지에 대한 판단부터 차이가 난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전날 연 ‘법률시장 구조 변화와 적정 변호사 공급 규모 산정 연구 결과’ 발표회에선 김종호·남재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가 “국내 변호사가 적정 수준보다 5000명 이상 많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인구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액 등을 감안해 적정 변호사 수준을 계산한 결과다. 연구진은 “변호사시험 합격 인원을 즉시 1200명으로 줄이고, 3~7년 내엔 600~900명 수준까지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가 늘어나는 데 비해 ‘전통적 먹거리’인 송무 시장이 정체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변호사 1인당 민사 본안사건은 2012년 73.1건에서 작년 22.4건으로 급감했다. ‘나 홀로 소송’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월 한 건도 수임하기 어려운 개업 변호사가 적지 않다는 게 변호사단체 주장이다. 생성형 AI와 리걸테크가 계약서 검토 등 기초 법조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것도 변호사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변협이 최근 회원 25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변호사들의 위기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응답자의 74.6%는 최근 5년 새 사건 평균 수임료가 줄었다고 답했다. 97.2%는 “변호사 합격자가 과잉”이라고 했다. 변협은 오는 6일 법무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연간 변호사 합격자를 1000명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변협 측은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고 항변한다. 먹고살기 빠듯해진 변호사들이 광고비 출혈 경쟁에 뛰어들고 수임료를 후려치다 보면 법률서비스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법률시장 성장은 경제성장률 웃돌아

전국 25개 로스쿨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이날 ‘한국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세미나를 열어 완전히 다른 시장 진단을 내놨다. 발제자로 나선 조귀동 작가가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 규모(9조6000억원)는 2007년 대비 3.91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국내 경상 GDP 증가율은 2.25배였다. 법무법인(5.42배)뿐 아니라 개인 변호사(2.5배) 시장도 GDP 평균 증가율을 웃돌았다. 다른 산업군과 비교할 때 법률시장은 성장성이 돋보이는 분야라는 얘기다.

로스쿨 측도 송무시장 정체에 대해선 인정했다. 그러나 사내변호사를 두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비송무시장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65세 이상 은퇴 변호사가 늘어나고 있어 실제 일하는 변호사 ‘순증’ 규모는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40년대가 되면 신규 변호사와 은퇴 변호사 수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합격자 증원을 주장하는 건 합격률이 해마다 떨어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2012년 87.1%에 달하던 합격률은 지난해 52.2%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게 로스쿨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따라 합격률을 80%대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합격자 수는 법무부가 결정하고 인가는 교육부, 평가는 변협이 맡는 분산된 거버넌스 구조 속에서 16년째 소모적 공방만 되풀이되고 있다. 로스쿨 제도 도입에 관여한 전직 법무부 관료는 “2009년 로스쿨법 제정 당시 설계한 정원 기준이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게 되면서 그 결과가 젊은 변호사와 로스쿨생 모두에게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며 “이제는 진지하게 제도 개선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인혁/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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