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초과 공급"…'적정 변호사 수' 과학적 모델 나왔다

2 weeks ago 4

적정 변호사 수 공급 연구 결과를 발표 중인 김종호 경희대학교 교수 / 사진제공=서울지방변호사회

적정 변호사 수 공급 연구 결과를 발표 중인 김종호 경희대학교 교수 / 사진제공=서울지방변호사회

현재 한국 법률시장이 변호사 ‘과잉 공급’ 상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인구와 경제, 인공지능(AI) 발전 속도 등을 반영한 계량·통계적 모델로 도출해 낸 첫 시도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조순열)는 2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법률시장 구조 변화와 적정 변호사 공급 규모 산정 연구 결과’ 발표회를 열고 “국내 변호사 수가 적정 수준보다 5000명 이상 과잉 공급됐다”고 밝혔다. 한국정책학회 소속 김종호·남재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가 연구 책임을 맡은 결과다.

“유사 직역 통폐합 약속 깨져…수급 불균형 심각”

이날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수급 불균형의 근본 원인으로 ‘정부의 약속 파기’를 지목했다. 조 회장은 “당초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며 연 1500명을 선발하기로 한 것은 법무사, 노무사 등 인접 자격사(유사 직역)를 통폐합해 변호사가 해당 영역의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며 “유사 직역은 그대로 둔 채 변호사 배출만 늘리다 보니 덤핑 수임이나 과장 광고 등 소비자 피해를 낳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4년 제1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1745명으로 당초 목표치를 240명 이상 초과했다.

실제 법률시장의 수요·공급 미스매치는 임계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발제를 맡은 김종호 교수에 따르면 등록 변호사 1인당 연간 민사 본안 사건 수는 로스쿨 1기가 배출된 2012년 73.1건에서 2025년 22.4건으로 급감했다. ‘나 홀로 소송’ 비율을 감안하면 개업 변호사조차 월 1건을 수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장 규모 역시 2012년 3.6조원에서 2022년 8.2조원으로 외형은 컸지만, 물가 상승률과 최저임금 인상 폭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정체되거나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적정 변호사 공급 규모 산정 연구 결과 발표 전 인사말을 하는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 사진제공=서울지방변호사회

적정 변호사 공급 규모 산정 연구 결과 발표 전 인사말을 하는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 사진제공=서울지방변호사회

AI 확산이 변수…“예측 모델 대비 5000명 초과 공급”

연구진은 변호사 수급 논쟁의 핵심 변수로 ‘리걸 AI(법률 인공지능)’ 확산을 지목했다. AI가 반복적인 계약 검토와 판례 검색을 자동화해 저연차 변호사 중심의 업무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적정 변호사 수는 한국·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6개국의 15년(2010~2025년)치 데이터를 활용한 ‘차분 회귀 모형’으로 도출했다. 인구수, 1인당 국내총생산(GDP), AI 인프라 투자액을 독립 변수로 설정해 통계 분석을 진행했다.

이 모델을 한국에 적용한 결과, 2024년 기준 실제 등록 변호사 수는 구조적 변수를 반영해 예측된 적정 변호사 수보다 5000명 이상 과잉 공급된 것으로 산출됐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단기적으로(0~3년) 변호사 합격 인원을 1200명 수준으로 즉시 감축해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동 연구자인 남재영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한계와 과제를 짚으며 지속적인 모델 고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상 처음으로 과학적·통계적 모델을 통해 적정 변호사 수를 도출하려 한 첫 시도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후속 과제를 더 정교하게 만들어 변호사들의 AI 실질 사용 사례, 시간 등 우리 사회 전체의 다양한 모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롭게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