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물총새가 있네요. 저기, 저기, 봐보세요."
지난 20일 세종특별자치시 세종동 국립세종수목원. 쌍안경과 망원렌즈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일제히 물총새가 있는 곳을 향해 렌즈를 들었다. 하천 풀숲에 앉아 있는 물총새를 발견하자 셔터와 작은 탄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새를 관찰하는 취미 '탐조'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인 연령대는 등산복을 입은 5060이 아니었다. 박스티와 운동화를 신은 2030이었다.
중장년층의 취미로 알려진 탐조 시장에 2030이 유입되고 있다. 카메라 기업 니콘이 올해 처음 개최한 '탐조 피크닉' 행사에서 신청자 10명 중 7명이 2030일 정도다. 참가자 대다수가 젊은 층인 음악 페스티벌에서도 탐조 부스가 등장했다. 2030의 새로운 취미 문화로 탐조가 자리 잡으면서 관련 굿즈와 체험 프로그램 시장도 커지고 있다.
"새 보러 갔다가 도파민 터졌다"…2030 몰린 탐조
2030 탐조인 증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니콘이 지난 20일 개최한 '탐조 피크닉'에는 총 4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이 중 2030 비율은 약 70%로 300명 이상을 차지했다. 행사 경쟁률은 17.61을 기록했다.
현장에서도 2030 참가자는 절반을 넘었다. 대학교 카메라 동아리에 들어간 대학생부터 유튜브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 직장인까지 탐조 입문 계기는 다양했다.
하지만 이들이 탐조의 매력으로 꼽은 것은 흔히 알려진 '힐링'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만난 2030은 탐조의 매력으로 '도파민'을 언급했다. 김요한 씨(36)는 "탐조하기 전에는 그냥 다 '새다'라고 바라봤는데, 지금은 구분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며 "포켓몬스터처럼 하나하나 종류를 모으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구별할 수 있는 게 또 다른 재미"라고 말했다.
대학교 카메라 동아리에 들어간 이가영 씨(20)는 "탐조하면 의외로 도파민이 돈다. 새를 발견한 순간 오는 감각이 도파민 그 자체"라며 "흔히 볼 수 없는 새를 찾으러 다니고, 찍어서 결과물로 남기는 과정 자체가 잔잔하기 보다 역동적으로 느껴진다"라고 했다. 탐조가 조용히 자연을 감상하는 취미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2030은 탐조를 새로운 새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일종의 '수집형 취미·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탐조가 젊은 층 사이에서 확산하는 배경에는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도 꼽힌다. 망원렌즈와 전문 장비가 아닌 입문용 쌍안경만으로도 충분히 탐조를 즐길 수 있어서다. 입문용 쌍안경은 10만원 안팎이면 구매할 수 있다. 양혜원 씨(34)는 "탐조가 생각보다 돈이 안 든다"며 "이렇게 체험 프로그램 있으면 나가고, 무료인 경우도 많고, 비싼 장비로 꼭 활동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대학 동아리부터, 게임 협업 제안까지…젊어지는 '탐조'
2030 탐조인이 늘어나면서 탐조가 단순 취미를 넘어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새를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쌍안경·망원 카메라를 구매하거나, 탐조 여행에 나서는 식이다. 올해 3월부터 탐조를 취미로 갖게 됐다는 설영훈 씨(36)는 "스냅 사진 위주로 찍다가 망원렌즈를 구입하면서 탐조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며 "부모님과 여행 갔을 때 삼각대를 설치하고 같이 새를 본 적이 있는데 좋아하셔서 쌍안경도 추가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새를 모티브로 한 굿즈와 체험 프로그램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2030 참여자가 대다수인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는 탐조 브랜드 '치치-칫'이 입점해 굿즈 판매와 탐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당시 굿즈는 조기 매진됐고 체험 프로그램 역시 하루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
대학교에서도 탐조 동아리가 생겨나고 있다. 이화여대 탐조 동아리 '새랑', 삼육대 탐조 동아리 '호버링' 등이 활동 중이다. 지난 2023년 만들어진 호버링은 1년 만에 회원이 66명으로 늘어났다. 호버링에 가입한 박수인 씨(25)는 "원래 새를 좋아하는데, 동아리에 가입하면 큰 어려움 없이 새를 직접 보러 다닐 수 있어서 들어갔다"고 말했다.
새를 찾는 즐거움이 힐링을 넘어 새로운 도파민으로 소비되면서 탐조 문화·시장 역시 빠르게 젊어지고 있다. 이이은 치치-칫 대표(33)는 "최근 2030 탐조인이 크게 늘면서 관련 협업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며 "탐조 게임 개발 관계자가 먼저 미팅을 요청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탐조 속 발견의 재미가 '변동적 보상'을 주면서 2030의 반복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탐조가 젊은 층에게 현실판 수집 게임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라며 "어떤 새를 만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동기를 가져다고, 소비자 행동 관점에서는 이를 변동적 보상으로 본다. 변동적 보상 구조는 반복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어떤 일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를 위해 '발(足)굴단'이 탄생했습니다. 발굴단은 화제의 현장이라면 어디든 빠르게 달려가 직접 확인해보고 꼼꼼하게 검증해 보겠습니다.
세종=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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